56년간 뒤바뀌어 살아온 할머니들

  • 입력 2009년 5월 12일 21시 14분


1953년 어느 봄날. 미국 오리건 주 헤프너의 한 산부인과에서 간호사가 비슷한 시간에 태어난 여자 아기 2명을 씻긴 뒤 각자의 부모에게 안겼다. 두 아기의 운명은 여기서 엇갈렸다. AP통신은 산부인과의 실수로 가족이 뒤바뀐 채 56년 간 살아온 디안 안젤, 케이 린 리드 씨의 사연을 10일 소개했다.

이들은 친부모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자랐다. 뒤바뀐 이름으로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 손자를 둔 할머니가 됐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건 안젤 씨 어머니의 친구가 지난해 "가슴 속에 담아둔 얘기를 풀고 싶다"며 리드 씨의 형제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면서부터. 두 사람의 부모는 이미 사망한 뒤였다.

리드 씨는 언니로부터 얘기를 전해 듣고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외모가 가족들과 다른 탓인지 어린 시절부터 "병원에서 뒤바뀐 애"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기 때문. 그러나 구체적인 얘기가 오가자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안젤 씨를 수소문해 찾아갔다. 안젤 씨는 이 때 리드 씨가 자신의 자매와 쌍둥이처럼 닮은 것을 보고 가족이 뒤바뀐 것을 확신했다.

두 사람은 다른 가족들과 유전자(DNA)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서로 상대방의 가족과 일치한 것으로 나왔다. 케이 린 씨는 "내 인생이 내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에 울음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나 서로를 '뒤바뀐 자매'란 뜻으로 "스위스터(swister: switch+sister)"라 부를 정도로 친해졌고 올해 생일파티를 함께 열기도 했다고 AP는 전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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