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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2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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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 역사의 미국 크라이슬러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파산보호(챕터 11) 신청을 함에 따라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자동차 메이커로 회생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을 완전히 청산하는 ‘챕터 7’과 달리 ‘챕터 11’을 신청한 크라이슬러는 앞으로 법원 관리 아래 영업을 계속하면서 채무를 조정하고 기업을 회생시키는 절차를 밟게 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크라이슬러에 대한 파산보호 신청을 발표하면서 “이는 크라이슬러에 회생의 길을 확실히 열어주기 위한 조치”라며 파산보호 절차가 30∼60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크라이슬러의 우량자산으로 신설되는 새 회사는 전미자동차노조(UAW)가 55%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크라이슬러가 UAW의 퇴직자 의료보험기금에 출연해야 할 106억 달러 중 절반을 주식으로 받기 때문이다. 이어 크라이슬러와 제휴하며 25%의 지분을 갖게 될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가 크라이슬러 경영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피아트는 새 회사가 연료소비효율이 높은 차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 지분이 35%로 늘어난다. 미 정부는 8% 정도의 지분을, 캐나다 정부와 온타리오 주정부도 2%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미국 정부는 크라이슬러에 대해 파산보호 기간에 운영자금으로 최대 35억 달러를 제공하고 파산보호 절차를 마치면 추가로 45억 달러를 제공하는 등 총 80억 달러를 지원해 크라이슬러의 회생에 나설 방침이다.
미국 정부는 추가 구조조정을 통해 크라이슬러를 지금보다 더 작고 경쟁력 있는 회사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지만 크라이슬러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의 구상대로 파산보호를 통한 구조조정이 정부의 기대만큼 신속하게 이뤄질지 미지수다. 크라이슬러에 대한 출자전환에 반대한 채권 기관들은 여전히 파산보호보다 크라이슬러를 청산하는 편이 낫다며 청산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음 달 4일부터 파산보호에서 벗어날 때까지 대부분의 공장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어서 부품업체들과 딜러망이 상당 부분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크라이슬러가 성공적으로 파산보호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수년 내 세계적 자동차회사로 거듭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자구안 제출 시한이 1개월 앞으로 다가온 제너럴모터스(GM)의 운명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GM은 최근 발표한 자구계획을 통해 270억 달러에 이르는 무담보 채무에 대해서는 원금 1000달러당 225주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을 채권단에 제안했다. 채권단은 이를 통해 GM의 지분 10%를 보유하게 된다.
하지만 채권단은 GM에 지분 51%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협상의 난항을 겪고 있다. GM은 파산을 피하기 위해서는 채권단의 90%가 출자전환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혀 채권단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크라이슬러와 같은 파산보호 신청의 길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