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당적 변경… 민주 ‘슈퍼 60석’ 초읽기

  • 입력 2009년 4월 30일 02시 57분


“반갑습니다”미국 공화당 5선 의원인 알렌 스펙터 상원의원(가운데)이 29일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적을 민주당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반갑습니다”
미국 공화당 5선 의원인 알렌 스펙터 상원의원(가운데)이 29일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적을 민주당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재검표소송서도 ‘+1’ 유력
오바마 개혁정책 힘 실릴듯

미국 공화당의 알렌 스펙터 상원의원(79·펜실베이니아)이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다고 28일 발표했다. 민주당이 공화당의 의사진행 방해(필리버스터) 전략에 구애받지 않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슈퍼 60석’을 확보하는 게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스펙터 의원은 1980년부터 5선을 한 공화당 내 온건파 원로다. 2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7870억 달러 경기부양책을 지지한 소수의 공화당 의원 중 한 명이다. 그가 당을 옮긴 주 동기는 내년 선거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29년의 상원의원 생활을 공화당 예비경선으로 끝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내년 당 예비경선에서 탈락할까 봐 탈당하는 것임을 인정한 것. 그는 여론조사에서 당내 경쟁자에게 더블스코어로 뒤져 있다.

스펙터 의원은 28일 아침 일찍 백악관에 전화를 걸었다. 경제참모의 보고를 받고 있던 오바마 대통령은 비서에게 “지금 회의 중이니 무슨 용건인지 물어보라”며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잠시 후 비서가 당적변경 건이라고 보고하자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가 인용한 한 참모의 말을 빌리면서 눈이 휘둥그레지며 “전화를 연결하라”고 반색했다. 스펙터 의원은 29일 오전 백악관을 방문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의 환영을 받았다. 바이든 부통령은 스펙터 의원을 데려오기 위해 올해 2월 중순이래 그를 6번이나 만나고 8번이나 전화했다.

총의석이 100석인 상원에서 필리버스터 전략에 구애받지 않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의석은 60석이다. 현재 민주당은 당 노선을 따르는 무소속 1명을 포함해 58석인데 스펙터 의원의 합류로 59석이 된다. 여기다 현재 주 대법원에 계류 중인 미네소타 재검표 소송도 조만간 민주당 후보 당선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상원의 슈퍼 60석 시대는 1978년 이래 처음이다. 의료보험 개혁, 노조관련법 개정 등 민주, 공화당 간 견해차가 큰 사안에서 오바마 개혁정책에 큰 힘이 실릴 수 있다.

공화당은 “원칙보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좇아간 변절자”라고 비판했다. 스펙터 의원은 2001년 버몬트 출신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이 되는 바람에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잃자 ‘회기 중 당적변경 금지’안을 제안한 바 있다. 상원의원 직접 선거가 도입된 1913년 이래 당적 변경은 12차례 있었는데 대부분 무소속이나 신생 정당으로의 이동이었다. 양대 정당 간 이동은 1964년, 1994년, 1995년 세 차례로 모두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변경한 것이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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