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파도’에 홍콩 위상 흔들

  • 입력 2009년 4월 23일 02시 58분


상하이 금융허브 급부상… 中-대만 교류확대… 금융위기 충격파

1분기 성장률도 -6.4% 전망… 10년만에 최악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뒤처진다(不進則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11일 홍콩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세계 5위권 국제금융 중심지라는 현재 위상에 안주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였다. 홍콩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홍콩 언론들은 일제히 “홍콩에 위기감을 불러일으키는 훈시성 발언”이라며 “맥을 제대로 짚었다”는 분석을 쏟아냈다. 올 들어 홍콩은 세계 금융위기뿐 아니라 중국과 대만 간의 전면 교류, 상하이(上海)라는 경쟁도시의 급부상 등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

○ 양안 3통과 상하이의 부상

중국과 대만은 지난해 말 통상(通商·직교역)과 통항(通航·물류 및 인적 교류), 통우(通郵·우편 교류) 등 전면적 3통(三通)을 실시했다. 명절 때나 한 번 있던 양안 간의 직항 항공편은 현재 매주 108편을 운행한다.

양안 3통으로 홍콩은 여행, 무역, 운송 방면에서 타격을 입고 있다. 홍콩 씨티은행은 4월 초 연구보고서에서 홍콩을 찾는 중국 여행객의 30% 정도가 대만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대만을 잇는 중계무역 기능도 타격을 입고 있다. 양안의 전면교류로 올 한 해 홍콩 국내총생산(GDP)의 0.2%(25억 위안)까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2년경에는 손실 규모가 GDP의 1%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올해 3월 하순 발표된 상하이를 2020년까지 국제 금융허브 및 해운허브로 만들겠다는 중국 중앙정부의 계획도 홍콩에는 걱정거리다. 상하이를 세계 금융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야망은 오래됐지만 이번에는 추진력이 달라졌다. 상하이 시 정부는 1990년대 초 비슷한 내용을 발표했고, 2004년에도 2030년까지 세계 금융 중심지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런 염원을 중국 중앙정부가 이번에 받아들였고 계획도 10년 앞당겨졌다.

이 계획은 홍콩의 위기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는 15일 “홍콩이 상하이에 점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대륙 일각에서 중화권의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국제금융 중심지가 두 곳은 필요하니 홍콩의 염려가 지나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관차오자오(關작照) 전 홍콩 중원(中文)대 경제학과 부교수는 다궁(大公)보와의 인터뷰에서 “국제 금융도시에 역할분담은 없다”라고 말했다.

홍콩이 상하이와 충돌을 피하려면 국제화 수준을 높이고, 국제금융의 최첨단 분야를 개척해야 하며 여행 교육 등으로 산업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 10년래 최악의 성장률

KOTRA 홍콩지사에 따르면 2008년 말 세계 경제분석기관들은 홍콩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1%로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 ―3%로 전망치를 내렸다. 특히 1분기(1∼3월)는 지난 10년 이래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연구소는 1분기 성장률을 ―6.4%로 예상하기도 했다. 실업률도 최근 3년래 최고 수준인 5.2%를 나타냈다.

하지만 희소식도 있다. 중국 중앙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는 것. 원 총리는 18일 홍콩에서의 위안화 채권발행 검토 등 홍콩경제 지원을 위해 6개의 조치를 밝혔다. 중국 정부가 다각도로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나온 이런 조치로 홍콩의 금융시장은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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