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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1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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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선장은 8일 앨라배마가 무장 해적들에 일시 장악됐을 당시 선원 20명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인질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앨라배마 선원들에 따르면 필립스 선장은 해적들이 앨라배마에 올라타자 무전기를 통해 선원들에게 선실 한 곳에 숨을 것을 지시했다. 선원들은 전장 145m의 넓은 공간을 이용해 해적들에게 발각되지 않고 오히려 해적 1명을 생포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선원들은 생포한 해적을 12시간 동안 붙들고 있으면서 ‘포로 교환’을 시도했지만 해적만 풀어준 채 필립스 선장을 구해내는 데는 실패했다.
AP통신은 필립스 선장의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취재를 통해 만능 스포츠맨이자 어릴 적부터 늘 남을 돕는 데 몸을 사리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필립스 선장은 해양학교에서 해적에게 습격을 당했을 경우 응급대처 훈련교관을 맡기도 했다. 조지프 머피 매사추세츠 해양학교 교관은 “필립스 선장은 선원들을 위해 스스로 희생해 위험에 빠짐으로써 해적과 선원들을 분리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필립스 선장과 해적들이 타고 있는 구명보트는 현재 연료가 바닥난 채 표류 중이다. 그러나 8억 달러짜리 중무장한 구축함으로도 표류 중인 4명의 해적을 제압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해적들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21세기 동아줄로 꽁꽁 묶었다”(AP통신) “세계 최강 미 군사력의 한계를 보여주었다”(뉴욕타임스)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고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