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주택매매 깜짝 호전… 부동산 봄 오나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유동성 공급으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사상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주택시장의 판매 움직임을 나타내는 지수들이 일제히 호전돼 미국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사상 최저치 수준으로 내려앉았고 미국 주택 거래 동향의 주요 지표인 신규주택, 기존주택, 잠정주택 판매는 2월에 예상외로 모두 개선됐다. 그동안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려면 주택경기가 살아나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1일 발표한 2월 잠정주택 판매지수는 82.1을 나타내 전달의 80.4보다 1.7 상승했다. 이는 전달에 6.7 감소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호전된 것이다. 잠정주택 판매란 계약이 체결됐지만 잔금 지급 등 거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것으로 기존주택 매매의 선행지표 성격을 갖는다. 전문가들은 2월 잠정주택 판매가 1% 정도 늘었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지난달 25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2월 신규주택 판매도 33만7000채(연율 환산 기준)로 전월보다 4.7% 늘어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NAR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2월 기존주택 판매 실적도 472만 채(연율 환산 기준)로 전달보다 5.1% 증가해 2003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처럼 주택매매 관련 지표들이 호전되고 있는 것은 모기지 금리가 대폭 낮아지면서 그동안 머뭇거리던 실수요자들이 주택 매입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모기지 은행협회(MBA)는 1일 지난주(27일 마감 기준)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는 전주보다 0.02%포인트 떨어져 사상 최저인 4.61%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지난해 6.5∼6.75%를 오르내렸지만 올 들어 2월 5% 선을 깨고 내려섰다.

하지만 미국 주택경기가 바닥이란 의견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노무라인터내셔널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레슬러 씨는 “지표 개선 신호가 1, 2개월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충분히 이어져야 상승 추세가 된다”며 “주택경기 호전을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에서도 지난달 평균 주택가격이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롤 보였다고 2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모기지 전문 금융업체 네이션와이드 빌딩 소사이어티는 지난달 영국 주택의 평균가격이 15만946파운드(약 2억9300만 원)로 전달 대비 0.9%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영국 주택가격이 상승한 것은 2007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앞서 영국은행이 발표한 2월 신규 모기지 승인건수가 3만8000건으로 9개월 만에 최대치를 보이면서 주택시장의 위축이 끝나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영국의 경우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낮추면서 부동산 시장으로 투자금이 유입돼 가격이 상승했다고 네이션와이드 측은 분석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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