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때문에 사임한 日지사

  • 입력 2009년 3월 26일 02시 59분


시즈오카 공항 인근 나무 이착륙 방해 뒤늦게 발견

측량 오류로 밝혀져…나무 소유주 요구대로 사퇴

나무 때문에 일본 시즈오카(靜岡) 현 지사가 25일 사의를 표명했다.

경위는 이렇다. 도쿄 서쪽에 건설 중이던 시즈오카 공항의 개항이 3월에서 6월로 늦춰졌다. 활주로 서쪽 1400m 지점에 있는 153그루의 나무가 항공법의 고도 제한에 걸려 항공기의 이착륙에 방해가 된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

조사 결과 현 측의 측량 오류와 토지수용 과정에서의 실수가 밝혀졌다. 사유지에 있는 이 나무를 베기 위해서는 땅 주인(49)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러나 주인은 “이시카와 요시노부(石川嘉延·사진) 지사가 사퇴하면 나무를 베겠다”며 버텼다. 그가 왜 지사의 사퇴를 요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시카와 지사는 당초 급여를 삭감하는 선에서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 나무를 베지 않고 항공법 위반도 피해가기 위해 당초 2500m 길이의 활주로를 2200m로 줄이거나 벌목을 위해 법원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이 경우 공항 개항은 더 늦어질 상황이었다.

이에 이시카와 지사는 당초 설계대로 하면서 개항을 앞당기기 위해 사직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사직 후의 지사 선거에 다시 출마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68세인 이시카와 지사는 시즈오카 현 총무부장, 자치성(현 총무성) 공무원부장 등을 거쳐 1993년 지사 선거에서 처음 당선했다. 2005년 4선에 성공해 7월에 임기를 마칠 예정이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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