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떠났던 동남아 노동자 “귀향도 힘드네”

  • 입력 2009년 3월 25일 02시 57분


수출물량 급감에 실직사태

농가도 일감줄어 빈둥빈둥

태국 공업도시 라용의 프랑스회사 유리 제조업체 공장 근로자였던 비숫 차로엔차이 씨. 그는 요즘 ‘고향으로 돌아와 함께 살자’는 어머니의 권유를 받고 있다. 올해 1월 실직한 뒤 아직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국제 금융위기로 무역이 줄면서 동남아시아 지역 수출산업 현장 근로자들이 실직한 뒤 귀향길에 오를 처지에 놓였다고 24일 보도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3일 올해 전 세계 무역량이 9%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올 들어 아시아 국가의 수출이 급감하는 등 무역 전망이 전반적으로 어둡다고 덧붙였다.

무역량의 감소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수출기업 몰락과 대량실직을 낳으며 사회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태국 정부는 올해 실업자 수가 두 배로 증가하며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말레이시아는 올해 50만 명의 근로자가 실직할 것이라는 예상치를 발표했고 이미 실업률이 높은 필리핀에선 전자, 섬유업계 공장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등 실직자 지원책이 미비한 국가의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이 신문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이들 나라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유한 부동산 투자자 등이 타격을 받아 몰락했던 것과 달리 현재 경제위기는 수출산업과 빈곤층이 대부분인 수출역군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직자들은 최후 수단으로 귀향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만은 않다. 각국의 경기침체로 동남아 지역 농산물 수출이 최근 크게 줄면서 농가 수익이 감소하고 인력도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 유엔개발계획(UNDP) 태국사무소 손귀엽 소장(한국인)은 “농촌도 이제 이들을 흡수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이 편의시설이 부족해 살기 힘든 농촌과 농사일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귀향을 주저하게 하는 원인이다. 앞서 소개한 도시 라용에선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공장 근처에 머물며 배회하는 실직자들이 근로자 지원센터에 매일 700명 이상 몰려오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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