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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3월 1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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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에 버금가는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테일러 씨처럼 화려한 쇼핑을 즐기던 미국 여성들의 소비패턴이 바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최첨단 유행을 좇는 이른바 ‘신상녀’ 혹은 ‘된장녀’들이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바꾸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고등학교 교사인 맥신 프랭켈 씨는 갖고 싶던 검은색 숄을 결국 사지 않았다. 그녀는 “이번 경제상황은 충동적 쇼핑 습관을 고칠 좋은 기회”라며 “이제는 물질적인 것에서 행복을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가족의 건강처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서 만족감을 얻겠다는 것.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부유층 여성들도 소비를 줄이고 있다. 부자 남편을 둔 변호사인 모니카 디오다 헤지돈 씨는 “이미 10년간은 버틸 만큼 많은 드레스가 있다”며 “과시용 소비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앞에서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변호사인 제니퍼 라일리 씨는 할인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식당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의사 남편을 둔 에델 녹스 씨는 기념일 가족행사를 취소하고 오래된 중고차를 가난한 친구에게 넘겨줬다.
이런 분위기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핍의 삶을 내심 강조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2001년 9·11테러 이후 경제가 위축됐을 때 소비 확대가 애국이라며 권장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달리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식에 참석한 두 딸에게 중저가 브랜드 제이크루 옷을 입히는 등 검소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소비 패턴 변화는 일시적이라기보다 소비 윤리와 가치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장기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많다. 시장조사업체 CBRG의 트레이시 존슨 이사는 “경기침체는 문화적 차원에서 소비자가 우선순위를 다시 설정하도록 하는 통과의례”라고 분석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