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동차 TF팀도 미제차 외면

  • 입력 2009년 2월 24일 18시 38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대통령 직속으로 자동차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했다. 파산위기에 처한 자동차 업계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나는 조치였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로런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 등 경제팀 대부분과 사모투자회사 공동창업주인 스티븐 래트너씨가 재무부 특별고문으로 합류했다. 또한 노동부와 교통부, 재무부, 에너지부의 전문가도 보좌진으로 대거 참여했다.

하지만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산업의 근간(backbone)"이라고 추켜세운 자동차 업계를 이끌어 온 제너럴 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포드 등 이른바 '빅3'를 철저히 외면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 생산공장이 집중해 있는 디트로이트 지역신문인 디트로이트뉴스는 23일 자동차TF팀의 신상자료 등을 인용, "자동차 TF팀도 미국산 차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TF소속인사(정책보좌관 10명+위원단 8명)와 재무부 특별고문을 합친 19명 중 미국산 브랜드를 자동차를 가진 사람은 단 3명 뿐이었다는 것.

자동차 TF 공동 의장인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일제차인 애큐라 TSX를 현재 이용하고 있고 과거에도 1999년식 혼다 어코드와 2002년식 애큐라 MDX를 탔다.

서머스 NEC의장도 1995년식 마쓰다 프로티지를 현재 가지고 있다. 과거 서머스 의장은 미제차인 1996년식 포드 토러스 GL를 탔었다.

피터 오재그 백악관 예산국장은 미니밴인 2008년형 혼다 오디세이와 2004년형 볼보 S60을 타고 있다. 과거에는 1997년형 지프 그랜드 체로키를 카고 다녔다. 리사 잭슨 환경보호청장은 하이브리드카인 2008년식 도요타 프리우스와 혼다 오디세이를 소유하고 있다.

캐럴 브라우너 백악관 환경.에너지정책담당관과 스티븐 추 에너지부 장관은 차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 TF팀의 정책보좌관들도 미국 브랜드를 선호하지 않았다.

오스탄 굴스비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사무국장은 2004년식 도요타 하이랜드를, 교통부 장관 비서실장인 조앤 더보어는 2008년식 렉서스 RX350을 탄다.

디트로이트 뉴스는 "오바마 행정부의 자동차 팀의 차 선택은 왜 빅3가 어려움에 처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하태원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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