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부터 해고” 일자리 보호주의 확산

  • 입력 2009년 2월 4일 03시 01분


美 일부 의원들 ‘이민 노동자 배척’ 법제화 움직임

英 “외국인에 일자리 빼앗겼다” 수천명 파업-시위

日 외국인 해고 노동자 범죄 급증… 사회문제 비화

‘정리해고를 할 때는 외국 근로자를 우선 해고해야 한다.’

‘영국의 일자리를 영국 근로자에게 달라.’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민 노동자들을 배척하려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 미국 “외국인을 우선 해고하라”

최근 경기부양법안에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 제품을 사자)’ 조항을 끼워 넣어 보호주의 논란에 불을 댕긴 미국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문제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공화당 척 그래슬리(아이오와) 상원의원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에게 정리해고 시 취업비자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를 우선 해고하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에 앞서 MS는 5000명 해고계획을 발표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경기부양책으로 늘어나는 일자리가 불법 이민자들이 아닌 미국인 근로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미 하원은 ‘바이 아메리칸’ 조항을 삽입한 경기부양법안에 미국이민개혁연합 등의 시민단체들이 요구하는 이 같은 조항도 명시했다.

일부 상원의원들은 상원에서 마련 중인 경기부양법안에도 유사한 조항을 삽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외국인 노동자 혐오증’ 확산되는 유럽

영국에서는 지난 주말 근로자 수천 명이 전국의 주요 발전소와 정유시설에서 “이민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며 동반 파업과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특히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일자리를 보호해 달라는 자국 근로자들이 늘어나자 정부가 ‘3년 내에 스페인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각서를 쓰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상당액의 실업급여를 일시불로 지급하고 귀국 여비도 제공하고 있다.

○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일본

지난달 18일 도쿄 한복판 긴자(銀座)에서는 브라질 출신 노동자 200여 명이 “우리는 사용하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다”라며 시위를 벌였다.

주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일본 내 외국인 노동자들은 가장 먼저 불황의 직격탄을 맞으며 직장에서 내쫓기고 있다.

시가(滋賀) 현 고난(湖南) 시와 나가하마(長濱) 시의 경우 지역 내 외국인 중 40%가 지난해 경제위기 이후 일자리를 잃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에 따라 해고된 외국인 노동자들에 의한 범죄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들의 자녀들이 학교를 그만두는 등 사회 문제도 점점 커지고 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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