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명품렌털 서비스 “고맙다, 불황”

  • 입력 2009년 1월 9일 02시 58분


불황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명품 렌털 업체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 렌털용 명품 핸드백. 도쿄워커 인터넷 홈페이지
불황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명품 렌털 업체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 렌털용 명품 핸드백. 도쿄워커 인터넷 홈페이지
대여료, 구입가의 25분의 1

이용자 석달새 3배이상 급증

세계 경기침체로 소비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 ‘명품 렌털족(族)’이 급증하고 있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초고가 핸드백이나 고급 기모노(일본 전통의상), 고급 승용차 등을 잠시 빌려 쓰는 ‘짠돌이 멋쟁이’가 늘고 있는 것.

8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 9월 이후 3개월간 명품 렌털 업계는 서비스 이용자가 3배 이상 급증하는 등 ‘특수’를 누리고 있다.

명품 렌털 서비스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품목은 여성용 핸드백. 에르메스 핸드백은 초고가 제품이 100만 엔(약 1380만 원)에 이르지만 1주일 대여료는 3만9800엔이다. 제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구입가격의 25분의 1이다. 최근에는 한 달에 9800엔만 내고 여러 브랜드를 무제한 빌릴 수 있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핸드백 렌털 서비스업체인 ‘가리루’의 이와다미쓰에(岩田光枝) 사장은 “작년 9월 이후 회원 수가 3배 이상 늘었다”면서 “경기가 나빠지면서 회원 수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12일 ‘성년의 날’을 앞두고 고급 기모노 대여를 예약한 사람도 지난해 대비 1.5배로 늘었다. 기모노의 1주일 대여료가 10만∼15만 엔에 이르지만 예약 대기자가 줄을 섰다.

20, 30대 남성에게는 1000만 엔을 넘는 BMW 등 고급차 렌털이 인기. 하루 빌려 쓰는 가격이 1만∼4만5000엔으로 만만치 않음에도 매출이 30% 늘었다.

일본 언론들은 “렌털 서비스 주고객이 20, 30대에서 40, 50대 중년층으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고소득층도 렌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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