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미르 산악지역서 1년여 테러 훈련”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2월 1일 02시 59분


■ 뭄바이 테러 60시간 만에 종료… 172명 희생

생포 테러범 조사 본격화… “5000명 살해할 수준 무장”

印 정부, 파키스탄 배후 지목… 테러범 더 있나 등 의문


인도의 경제금융 중심지 뭄바이 전역을 60시간 동안 공포에 빠뜨렸던 동시다발 테러가 군경의 타지마할 호텔 진압작전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AFP통신은 지난달 26일 오후 9시 반경 시작돼 29일 오전 10시경 종료된 이번 테러로 외국인 18명을 포함한 172명이 사망하고 295명이 다쳤다고 30일 보도했다.

▽아파트 빌려 합숙하며 준비=최소 10명으로 추정되는 테러범들이 60시간 동안 벌인 끔찍한 살인극의 전모는 유일하게 생포된 테러범 아지말 아미르 카사브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되면서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인도 일간지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카사브가 ‘뭄바이 시내에서 테러범의 범행을 도운 현지 협력자가 최소 5명이며, 이들이 테러범에게 쉴 곳을 제공하고 범행 장소와 경찰 정보 등을 제공했다’고 실토했다고 전했다.

테러범들은 이미 몇 개월 전에 말레이시아 학생 신분으로 위장해 콜라바 지역의 아파트 한 채를 빌렸으며 테러 목표 건물을 여러 차례 방문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들은 이틀 뒤를 퇴각 시기로 잡고 구체적인 퇴로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저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테러범들이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지역의 무자파라바드 산악 훈련장에서 1년 전부터 훈련을 받았으며 GPS와 위성전화, 중화기를 갖췄다고 보도했다.

뭄바이가 속한 마하라슈트라 주의 R R 파틸 내무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테러범들이 소지한 무장 규모를 감안할 때 당초 이들은 5000명가량을 살해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몬드 먹으며 장시간 저항=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는 인도 당국이 설명하지 못하는 대목이 있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얼마나 많은 테러범이 어디에서 왔는지부터가 명확하지 않다. 파틸 장관은 테러범이 10명이며 9명이 사살되고 1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AFP와 현지 언론은 26일 배로 들어온 테러범 외에 8명이 한 달 전부터 뭄바이에서 테러를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또 인도 당국은 생포된 카사브가 파키스탄 출신이라고 밝혔지만 그가 파키스탄 여권을 갖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파틸 장관은 “테러범들이 위성전화로 외국의 지시를 받았다. 그 나라는 모두가 알고 있다”며 파키스탄을 겨냥했다.

테러범들이 어떻게 계속 교전 상태로 장시간 버틸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AP통신은 누군가가 테러범들에게 아몬드가 들어 있는 가방을 전달했다며 이들이 아몬드로 영양을 보충하면서 장시간에 걸쳐 저항했다고 설명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父情, 테러보다 강했다▼

인도 뭄바이에서 발생한 테러사건 와중에 딸에게 분유를 갖다 주기 위해 가까스로 탈출했던 호텔로 다시 뛰어든 한 이탈리아 아버지의 ‘부정(父情)’이 화제가 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오베로이 호텔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던 이탈리아인 에마누엘레 라탄치 씨는 26일 근무 중에 테러 공격을 받았다.

다행히 그는 총격을 피해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아내와 생후 6개월 된 딸이 호텔의 한 방에서 자고 있었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그는 호텔로 다시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경찰의 저지로 들어갈 수 없었다.

오베로이 호텔에 침입한 테러리스트는 이틀이 넘도록 진압되지 않았다. 28일 라탄치 씨는 부인에게서 딸에게 먹일 분유가 다 떨어졌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아이에게 분유를 갖다 줘야 한다”고 요구했고, 다행히 이번에는 군인들의 호위하에 들어갈 수 있다는 허락을 받았다. 군인들과 함께 아내가 있는 방에 도착한 그는 아내와 딸을 무사히 구출해내는 데 성공했다. 그때까지 그는 여전히 요리사 복장을 하고 있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