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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3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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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8위의 경제대국 스페인이 선진국도, 신흥국도 아닌 모호한 신세를 새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14일 개최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스페인은 초청받지 못했다.
이번 G20 정상회의는 선진 7개국(G7) 정상 외에 중국 브라질 인도 한국 멕시코 등 13개 신흥국 정상이 가세해 국제금융체제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 ‘신(新)브레턴우즈 체제’로 불릴지도 모를 새 국제금융체제 형성에 신흥국의 의사가 반영되는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어떻게든 G20 정상회의에 참가해 보려고 안달이 났다. 예정에 없던 아시아 방문을 계획해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지지도 얻었다.
스페인은 2주 앞으로 다가온 정상회의의 테이블에 앉을 수만 있다면 스위스 네덜란드 이집트처럼 옵서버 국가군으로 분류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태세다.
야당인 인민당은 스페인이 역사적 회의가 될 G20 정상회의에 초청받지 못한 것에 대해 집권 사회당의 정책 실패로 몰아붙이며 비난하고 있다. 사파테로 총리가 2004년 이라크에서 스페인군을 일방적으로 철수시킨 이후 스페인과 미국의 관계가 틀어졌다는 것이다.
스페인은 늘 ‘타이밍’을 놓쳤다.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을 체결할 때는 프랑코의 파시스트 정권 아래 있던 탓에 초청받지 못했다. 1976년 G7이 형성될 때는 선진국에 들어갈 만큼 발전이 안 됐고, 1999년 G20이 만들어질 때는 신흥국이라 하기엔 너무 발전해 버렸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