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의 도박 ‘로보콜’ 대박날까? 쪽박찰까?

  • 입력 2008년 10월 23일 02시 59분


막판 격전지서 무차별 네거티브 공세… “되레 이미지 훼손하는 자충수” 지적

21일 오후 6시경. 낯선 전화가 울린다. 발신자 번호는 202-863-XXXX. 202면 워싱턴 시내 지역번호다.

“헬로. 나는 존 매케인을 위해 전화를 건다. 왜냐하면 당신은 버락 오바마가 테러리스트인 빌 에어스와 밀접히 일했음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극단적 좌파 어젠다를 추진할 것이며….”

속사포같이 퍼붓는 녹음된 남자 음성은 수화기를 들었다 놓는 찰나에 ‘핵심’을 다 전달해준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12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 공화 양당 모두 네거티브 선거운동의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 진영의 로보콜 공세다. 여기엔 매케인 진영의 절박감이 묻어난다. 21일 발표된 월스트리트저널-NBC방송 조사는 52% 대 42%. 오바마 후보가 지지율 격차를 10%포인트로 다시 벌렸다. 조그비 조사에서도 8%포인트나 차가 났다.

매케인 진영은 ‘오바마-테러리스트 연관론’ 전화를 버지니아 펜실베이니아 주 등 격전지(스윙스테이트)에 무차별적으로 걸고 있다.

아직 오바마 진영에서 로보콜을 건다는 보고는 없지만 최근 노조 등 친민주당 성향 외곽조직들이 일부 격전지에서 매케인 후보의 의료보험 정책을 비난하는 로보콜을 걸고 있다. 격전지 주민들은 하루 10∼15건의 로보콜을 받는다는 보고서도 나온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일임에도 매케인 후보의 로보콜이 비상한 관심을 끌며 논란이 되는 이유는 그가 과거 로보콜의 대표적 피해자였다는 점, 그리고 ‘오바마의 이념 정체성 공격’이 공화당이 채택한 막판 추격 전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매케인 후보는 2000년 대선 공화당 경선 때 “매케인이 혼외정사로 흑인 딸을 두고 있는 걸 아십니까”라는 전화 공세로 큰 타격을 받았다. 그의 ‘피부색 검은 딸’은 방글라데시에서 입양한 아이였다.

현재로선 매케인 후보의 로보콜 전략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오바마 진영이 풀뿌리 조직이란 ‘변함없는 선거운동의 기본’과 인터넷을 배합하고 있는 데 비해 매케인 진영이 구시대의 부정적 유물인 전화 공세에 매달리는 것 자체가 그의 이미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매케인 후보는 21일 CBS방송 인터뷰에서 로보콜이 자신의 이미지를 나쁘게 해 지지층 이탈을 불러오지 않겠느냐는 지적을 받고 “네거티브 공격에 관한 한 오바마 측이 훨씬 많은 선거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자동음성 전화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은 정확하다”고 반박했다.

매케인 후보는 또 이날 펜실베이니아 주 유세에서 “불가피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nothing is inevitable)”면서 ‘오바마 대세론’을 정면 반박하며 의지를 불살랐다.

::로보콜(Robo call)

로봇이 전화를 걸 듯 컴퓨터가 자동으로 전화를 거는 것을 경멸적으로 부르는 용어. 미국 대부분의 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한 로보콜에 대해서는 상업용 텔레마케팅에 비해 느슨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인구학적 특성’으로 5차례 美대선 투표성향 분석해보니…

▼“매케인, 교육수준 높은 히스패닉 공략해야”▼

○ 유권자 지지성향은…

백인男 공화, 백인女 민주 우세

히스패닉 대졸이상은 공화 선호

29세 이하 非백인 민주 압도적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승패를 가르는 다양한 요인 가운데 인종, 성, 연령 등 인구학적 특성들은 투표 성향을 갈리게 하는 근본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역대 미국 대선에서 이런 특성들이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살펴보면 다음 달 4일 대선의 결과를 미리 그려볼 수 있다.

시사주간지 내셔널저널 최신호가 1988∼2004년 실시된 5차례의 미국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분석해 인종, 성, 연령, 교육수준 등 인구학적 특성에 따른 투표 성향을 분석했다.

▽인종, 성별, 교육수준 복합적으로 작용=전통적으로 인종별로 백인은 공화당, 히스패닉과 흑인은 민주당 후보를 더 지지했지만 같은 인종이라 해도 성별과 교육수준 등에 따라 투표 결과는 달랐다.

백인에서는 성이 주요 변수였다. 백인 남성은 5차례 선거 모두 공화당 후보를 더 많이 지지했으며, 1992년 대선을 제외하고는 지지율 10%포인트 이상의 큰 격차를 보였다.

반면 백인 여성은 1996년 공화당 밥 돌 후보보다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줬고, 1992년과 2000년에도 양당 후보에게 거의 비슷한 지지를 보냈다. 5차례의 선거 모두 백인 남성보다 여성이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다.

히스패닉에서는 교육수준에 따라 양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1992년을 제외하고는 고졸 이하 유권자들이 대졸 이상보다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높았고, 반면 공화당 후보 지지율은 대졸 이상이 고졸 이하보다 높았다.

흑인들은 다른 요인과 별 상관없이 민주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내셔널저널은 “고전하고 있는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더 나은 성적을 거두려면 교육수준이 높은 히스패닉 유권자를 공략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젊은 유권자 늘어 오바마 더 유리”=29세 이하 젊은층의 경우 인종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젊은 백인 유권자들은 1988, 2000, 2004년 공화당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줬고, 1992년과 1996년에는 양당 후보들에 대한 지지율이 비슷했다. 반면 백인 이외 인종의 젊은이들은 5차례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에게 72∼81%의 일방적 지지를 보냈다.

이와 관련해 인구학자 셰릴 러셀 씨는 21일 온라인 잡지 살롱과의 인터뷰에서 “2000년에 비해 29세 이하 젊은 유권자가 약 400만 명 늘어나 전체 유권자의 19%를 차지한다”며 젊은층에서 인기가 높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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