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증손녀들 자리차지 3파전

  • 입력 2008년 8월 29일 03시 03분


“바이로이트축제극장 내가 총감독”

작곡가 바그너 애호가들에겐 ‘성지(聖地)’와도 같은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을 총괄하는 총감독 자리를 놓고 리하르트 바그너의 증손녀들이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다.

27일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등에 따르면 바그너의 손자로 현 총감독인 볼프강(88)은 4월 바이로이트 축제극장 재단이사회에 “올해 바이로이트 축제가 끝나는 8월 29일자로 은퇴한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바로 볼프강 후처 소생인 카타리나(30)와 전처 소생인 에바(63)는 공동 총감독을 지원했다. 에바는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볼프강의 형인 빌란트의 딸 니케(63)와 손을 잡고 애송이에 불과한 카타리나에게 자리를 넘겨줄 수는 없다며 연합전선을 폈는데 태도를 바꾼 것.

볼프강이 내심 후계자로 원하는 사람은 카타리나. 재단이사회는 2001년 에바를 차기 총감독으로 지명했으나 카타리나를 염두에 뒀던 볼프강은 사임을 거부한 채 시간을 끌어왔다.

이에 토마스 고펠 독일 바이에른 주 과학예술장관이 카타리나와 에바의 공동 총감독 체제를 제안했고 볼프강과 에바가 이를 수용하면서 볼프강의 은퇴가 성사됐다.

그러자 갑자기 25일 니케가 세계적으로 가장 유망한 오페라극장 매니저로 꼽히는 제라르 모르티에와 손잡고 총감독 자리를 지원하면서 예측불허의 상황이 조성됐다.

니케는 1951년부터 사망(1966년) 때까지 볼프강과 함께 공동 총감독을 맡았던 볼프강의 형인 빌란트의 딸. 바그너의 장손은 빌란트이므로 니케도 축제극장 총감독 계승 자격은 충분하다.

그런데 니케와 모르티에는 에바와 3인 공동 총감독도 가능하다고 밝혀 에바의 ‘포섭’ 가능성도 열어뒀다.

바이로이트 축제 재단이사회에는 예산의 약 40%를 지원하는 정부가 참여한다. 그런데 재단이사회는 바그너가(家)의 의사를 존중해 후임자를 정해 왔다. 바그너가의 4개 계보 중 3개 이상의 계보가 동의한 사람이 총감독이 된다. 그러나 바그너가 계보가 절충에 실패하면 바그너가의 추천권은 무산되고 재단이사회가 독자적으로 총감독을 뽑게 된다.

바이로이트 축제극장 재단이사회는 다음 달 1일 후임자를 결정한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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