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이라크戰 위한 ‘편지 조작’ 의혹

  • 입력 2008년 8월 6일 19시 53분


<<"당신이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어. 비록 당신이 싫어하겠지만."

2003년 가을 조지 테닛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CIA 근동과 책임자이자 비밀공작 부책임자인 롭 리처(Rob richer) 씨를 불렀다. 리처 씨는 백악관 문장이 찍힌 우윳빛 종이에 적힌 임무를 내려다 봤다. "그것은 허구를 만들어내라는 지시였습니다"…>>

미국 사회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신간 '더 웨이 오브 더 월드(The Way of the World)'의 한 대목이다.

1993~2000년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로 일했고 1995년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는 론 서스필드 씨가 5일 내놓은 이 책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등에 비수를 꽂을 만한 충격적인 내용들이 담겼다.

CNN 방송 등은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순방에 나선 부시 대통령의 외교행보 보다는 책 내용을 둘러싼 논란을 중계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워낙 진위 확인이 어려운 폭발적인 내용 때문에 언론들은 신중한 톤을 유지했다. 폭로의 핵심은 '편지 위조'다.

<< 이라크 침공직전인 2003년초 미국과 영국의 정보관리들은 사담 후세인 정권의 정보기관 총책임자인 잘릴 하부시와 비밀 회담을 가졌다. 하부시는 이라크가 1991년 걸프전쟁 이후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중단했고 생화학 무기 연구는 96년에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그해 3월 이라크 침공후 CIA는 하부시에게 500만 달러를 주고 요르단에 정착시킨뒤 정보원으로 삼았다.

그해 9월 '침공의 정당성' 세우기에 골몰하던 백악관 관리들은 테닛 CIA 국장에게 후세인 정권과 알 카이다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편지 조작을 지시했다. 테닛 국장은 리처 씨와 CIA내 이라크 공작그룹 책임자인 존 마구이르 씨에게 이를 시켰다.

하바시가 2001년 7월에 쓴 것처럼 되어 있는 이 편지는 '9·11테러의 주모자중 한명인 모하마드 아타가 이라크에서 훈련을 받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CIA는 편지를 하바시에게 가져가 서명을 받았다. 이 편지는 영국 언론(선데이텔레그래프)에 흘러들어가 그해 12월14일 보도됐다.>>

만약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권이 물러날 수도 있는 충격적 주장을 펴면서 서스킨드 씨는 리처 씨와 마루이르 씨를 실명 인용했다.

책 내용이 알려지자 백악관과 테닛 국장은 펄쩍 뛰며 반박했다.

토리 프라토 부대변인은 "백악관이 편지 조작을 지시한다는 생각 자체가 말도 안된다. 저속한 저널리즘"이라고 비난했다.

테닛 전 국장은 CIA와 하바시가 접촉했다는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재임중 후세인-알 카이다 연관성에 대해 입증할 수 있는 이상의 그림을 그리려는 행정부내 일각의 시도에 저항해왔다"며 편지 조작 의혹을 일축했다.

리처 씨는 워싱턴포스트 등에 e메일을 보내 "책에 서술된 것처럼 문서를 조작하라는 지시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서스킨드 씨는 AP통신 등과 인터뷰에서 "여러 소스들과의 오랜 기간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내용들이며 인터뷰는 다 녹음돼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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