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러일전쟁 수행위해 독도 탈취…1943년 카이로선언으로 무효화”

  • 입력 2008년 8월 2일 02시 56분


최문형교수 입증논문 탈고

해외에 알리려 영문 번역

“독도가 우리땅이라고 계속 외치지만 말고

日 침략전쟁 목적으로 강제편입 사실 증명

국제사회에서 인정 받으면 日도 수긍할 것”

“무조건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칠 것이 아니라 역사적 증거를 제시해 국제사회, 특히 미국이 이를 인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보세요. 존재 자체를 부인하던 일본이 미국 의회의 결의가 있은 뒤 조용해지지 않았습니까.”

일본 정부가 명성황후 시해에 개입했음을 일본 사료를 통해 밝혀낸 역사학자 최문형(73·사진) 한양대 명예교수가 최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무효임을 입증한 논문을 탈고하고 영문 번역작업을 하고 있다.

최 교수가 번역하고 있는 논문은 일본의 독도 점탈(占奪·남의 것을 강제로 빼앗아 차지함)이 전쟁 목적이었기 때문에 ‘청일전쟁 이후 폭력과 탐욕으로 일본이 탈취한 지역은 원래 소유국에 반환해야 한다’는 1943년 카이로선언에 따라 무효라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그는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주장의 허구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번역을 마친 뒤 논문을 인터넷에 올릴 계획이다.

―논문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일본다케시마연구회 회장인 시모조 마사오(下條正男)는 ‘일본이 러일전쟁 중에 독도를 일방적으로 불법 편입했다’는 한국 역사교과서에 대해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잘못된 기술’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일본이 독도를 편입한 시기가 러일전쟁 기간이었을 뿐 그것이 침략전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에 카이로선언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독도 영토 편입과 침략전쟁의 밀접한 연관을 사실(史實)을 통해 입증하려 했다.”

―시모조 마사오의 주장이 일반적인 일본인의 생각인가.

“일본인 대부분이 마찬가지다. 일본인들은 ‘1905년 무주지(無主地·주인 없는 땅) 상태에서 일본 땅으로 편입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원래부터 일본 땅이었다면 왜 새삼스럽게 편입했느냐’고 하면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 국가를 만든 일본이 우리 땅이라는 것을 재확인하기 위해 독도를 편입했다’고 한다. 이런 주장은 터무니없다.”

―논문의 내용을 소개해 달라.

“일본의 울릉도 횡취(橫取·남의 것을 불법으로 가로챔)와 독도 점탈은 러일해전 수행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기지 확보가 그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1904년 5월 일본 정부는 일본 육군의 만주 공격을 지원하기 위해 압록강과 두만강의 삼림채벌권을 얻어내려 공작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일본 해군이 러시아 함대의 공격으로 대거 전력을 상실하자 갑자기 울릉도를 횡취 대상에 끼워 넣었다. 그러면서 독도의 군사적 이용가치에 주목하게 됐고 다음해 2월 시마네 현 고시로 독도를 강제로 영토에 편입했다는 것이다. 2005년 역사학회에서 발표한 ‘러일해전과 일본의 독도 병합’이라는 내 논문을 일본 정부 문서와 사료, 러일전쟁 당시 일본을 지원한 미국과 영국 정부의 문서 등을 추가로 확보해 발전시킨 것이다.”

―영문 번역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최근 일본이 교과서(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표기토록 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미국에 사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흥분한 목소리로 ‘역사학자로서 가만히 앉아만 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탈고한 논문을 영어로 번역하자고 했다. 어떻게든 세계에 제대로 된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번역을 결심했다.”

―독도 문제를 해결하는 궁극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결국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국인 일본이 가지고 있던 모든 비밀문서를 다 가져갔다. 폐기할 것들은 폐기하고 중요한 문서들은 다 복사한 뒤 일본에 되돌려줬다. 미국은 독도와 관련해서도 무엇이 진실인지 입증할 자료를 다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그랬던 것처럼 미국 의회가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입증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은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언제까지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외치기만 해서는 안 된다. 객관적인 역사자료를 통해 국제사회가 우리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또 전문가일수록 독도에 대해 발언할 때 조심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면 하나하나 쌓여 일본 측이 국제사회에서 꼬투리를 잡는 명분이 될 수 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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