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간사장에 ‘정적’ 아소 기용

  • 입력 2008년 8월 2일 02시 56분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운데)가 1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새로 자민당 간사장으로 기용한 아소 다로 전 외상(왼쪽에서 두 번째) 등 신임 자민당 주요 당직자들과 손을 잡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운데)가 1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새로 자민당 간사장으로 기용한 아소 다로 전 외상(왼쪽에서 두 번째) 등 신임 자민당 주요 당직자들과 손을 잡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지지율 회복 위해 대대적 당정 개편… 총선 패배땐 동반 몰락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는 1일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외상을 자민당 간사장에 임명하는 등 대대적인 당정개편을 단행했다. 후쿠다 정권의 새 진용은 자민당 내 모든 파벌을 고루 등용한 ‘거당(擧黨) 체제’의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일본 정치전문가들은 후쿠다 총리가 이 진용으로 현재 20%대에서 헤매는 지지율을 수습해 총선을 치르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중의원의 임기는 1년 남짓 남아 있으나 올해 안에 해산 및 총선 정국을 맞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아소=아소 전 외상은 ‘후쿠다 총리와는 철학과 노선이 다르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인물이다. 지난해 9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돌연 사임했을 때는 양자가 총리 자리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기도 했다.

후쿠다 총리가 경쟁관계인 아소 전 외상을 자민당의 자금과 조직을 총괄하는 간사장 자리에 불러들인 것은 ‘총선용 얼굴마담’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최근 공동여당인 공명당은 “인기 없는 후쿠다 총리를 간판으로 세워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면서 은근히 조기퇴진 압박을 가해 왔다.

아소 전 외상은 간사장 직을 수락함으로써 당 운영권을 손에 넣고 후쿠다 총리가 속한 당내 최대 파벌인 마치무라파의 지원을 확보함에 따라 차기 대권에 한발 더 다가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민당이 총선에 지면 아소 전 외상이 후쿠다 총리와 함께 몰락할 위험도 있다고 분석한다.

아소 전 외상은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해서 한 것”이라는 망언을 한 적이 있고, 그의 부친이 일본의 한반도 강점기에 1만여 명의 조선인 징용자를 강제 노역시킨 아소탄광을 경영하는 등 한국과는 ‘악연’이 있다.

▽화제의 각료=이번 개각에서 후쿠다 총리가 자신과 절친한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전 관방장관을 경제재정담당상에 기용한 점은 눈길을 끈다. 요사노 전 장관은 증세(增稅) 등을 통한 재정 건실화를 강조하는 재정재건파의 대표다.

차기 총리 후보 중의 한 명인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전 재무상은 국토교통상에 임명됐다.

여성 차기주자로 주목받아 온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전 방위상은 입각에 실패했다.

대신 여성 차기주자의 ‘원조’ 격인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전 우정상이 소비자행정담당상에 기용됐다. 노다 전 우정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우정민영화에 반대했다가 한때 자민당에서 쫓겨나기도 했던 풍운의 정치인이다. 한일관계 등 외교정책 결정을 주도하는 외상과 관방장관은 유임됐다. 따라서 후쿠다 정권의 외교노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회복은 미지수=이번 개각의 최대 목적은 지지율 회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하지만 지지율이 반등하지 않으면 후쿠다 총리를 퇴진시키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후쿠다 총리에게는 이번 개각이 단명(短命)이냐, 연명(延命)이냐의 최대 승부수인 셈이다.

후쿠다 총리가 ‘인기가 내리막길을 걷는 내각이 개각을 통해 기사회생한 전례가 없다’는 일본 정치의 징크스를 깰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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