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우드 “할리우드 공략, 액션”

  • 입력 2008년 7월 11일 03시 13분


印 자본, 스필버그와 합작-美영화관 대거인수 등 ‘큰손’ 부상

“과거 할리우드(Hollywood)는 볼리우드(Bollywood)에 ‘이름’(wood)을 줬다. 이제는 볼리우드가 할리우드에 돈을 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인도 영화자본이 대거 할리우드에 유입되고 있는 소식을 보도하면서 이런 비유를 들었다. 볼리우드는 인도 영화의 중심도시 뭄바이의 옛 이름인 봄베이(Bombay)와 할리우드를 합성한 말로 인도 영화산업을 가리킨다.

○ 볼리우드와 할리우드의 결합

지난달 미국 전역에서 개봉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해프닝’. 개봉 첫 주말에 미국에서만 총제작비 5700만 달러(약 570억 원)의 절반이 넘는 31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이 영화는 폭스영화사가 제작했지만 제작비의 절반은 인도 영화사인 UTV모션픽처스가 댔다. 영화 ‘식스 센스’로 유명한 샤말란 감독 본인도 인도계 미국인이다.

UTV모션픽처스는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꼭 봐야 할 할리우드 영화’ 중 하나로 꼽았던 ‘네임세이크(The Namesake)’를 제작하는 데 공동 투자하기도 했다. 인도계 미국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의 감독 미라 나이어 역시 인도 출신이다.

거꾸로 인도 영화에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인도인 스턴트맨을 소재로 한 인도 영화에는 실베스터 스탤론이 출연할 예정이다. 영어가 공용어인 인도는 영화에 영어대사가 워낙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미국 배우들의 인도 영화 출연이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 美 28개 도시에서 극장 250개 인수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세운 영화사 드림웍스 SKG는 인도의 부호 아닐 암바니 회장이 이끄는 릴라이언스ADA 그룹 계열사인 릴라이언스 빅 엔터테인먼트사와 합작 영화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합작 규모는 15억 달러로 릴라이언스가 6억 달러를 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인도 영화자본은 할리우드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할리우드 공략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암바니 회장. 그는 최근 칸 국제영화제가 열린 프랑스 칸에서 니컬러스 케이지의 새턴프로덕션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중심이 된 영화사들과 공동 제작,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또 최근 미국 28개 주요 도시의 극장 250여 개를 인수했다. 세계 최대 영화시장인 미국에서 유통망까지 확보한 것이다.

○ 볼리우드가 할리우드 공략에 열심인 이유

볼리우드는 연간 1000여 편의 영화를 제작하지만 연간 매출액은 25억 달러 안팎이다. 연간 600여 편의 영화를 제작해 8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할리우드에 비하면 미미한 편이다.

볼리우드는 할리우드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영화산업의 전반적인 업그레이드를 겨냥하고 있다. 라제시 쇼네이 릴라이언스 빅엔터테인먼트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할리우드의 전략적 파트너가 됨으로써 영화산업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할리우드로선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이후 미국 현지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외부 자본 수혈이 절실한 상황이다.

볼리우드의 할리우드 공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1980년대에는 일본 자본이, 1990년대에는 독일 자본이 할리우드에 거액을 투자했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을 지적하면서 똑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반면 볼리우드는 시장 규모가 꾸준히 성장하는 인도 내수시장이 있고 영어 사용이 자유롭다는 점 때문에 일본이나 독일과는 다를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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