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베, 정신 차리게”…아프리카가 달라졌다

  • 입력 2008년 6월 30일 02시 57분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 EPA 연합뉴스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 EPA 연합뉴스
민주주의 진전 공정선거 확산

이웃 철권통치 묵인관행 탈피

《“아프리카는 부정선거를 더는 묵인하지 않는다.”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폭력과 부정선거로 집권 연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프리카의 다른 지도자들이 이를 강력하게 비난해 ‘확연히 달라진 아프리카’를 보여주었다고 뉴스위크 최신호가 보도했다. 1960, 70년대 우간다의 이디 아민 대통령과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의 모부투 세세 세코 대통령이 반대 세력을 학살하며 집권했을 때나 1994년 르완다에서 후투족이 수십만 명의 투치족을 죽이고 정권을 잡았을 때 아프리카는 침묵했다.》

이 같은 과거의 사례에 비하면 무가베 대통령이 반대세력 86명을 살해하고 야당 불참 속에 27일 대선 결선투표를 강행한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었는데도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레비 무아나와사 잠비아 대통령 등 무가베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지도자들은 물론 무가베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에두아르두 두스산투스 앙골라 대통령과 자카야 키퀘테 탄자니아 대통령도 “협박과 폭력을 중단하라”며 무가베 대통령을 비판했다.

다른 국가의 정치 상황에 언급을 피해 왔던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도 25일 “리더십의 끔찍한 실패”라며 무가베 대통령을 맹렬히 공격했다.

뉴스위크는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아프리카에 민주주의가 그만큼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이 잡지는 미국 국무부 자료를 인용해 최근 4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른 선거가 50여 차례 실시됐으며 특히 지난해 대선과 총선을 실시한 시에라리온을 비롯해 라이베리아 모잠비크 등에서는 최근 ‘상당히 공정한 수준의’ 선거가 실시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인권 단체 프리덤하우스는 1990년 전체 아프리카 국가의 절반가량을 정치적으로 ‘자유’ 또는 ‘부분적 자유’ 국가로 분류했지만 지금은 아프리카 국가의 4분의 3가량을 ‘자유’ 또는 ‘부분적 자유’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한편 짐바브웨의 결선 투표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패트릭 치나마사 법무장관은 “믿을 만한 정보에 따르면 무가베 대통령이 크게 승리했다”고 AP통신에 밝혔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8일 성명을 통해 “국무·재무장관에게 짐바브웨 정부에 대해 제재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며 “유엔에도 짐바브웨에 대한 무기수출금지 조치 등을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짐바브웨 선거관리위원회는 결선 투표 결과 무가베 대통령이 10개 주 모두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승리했다고 29일 발표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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