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에 발목 잡힌 사르코지

  • 입력 2008년 6월 5일 03시 09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이집트를 방문했을 때 당시 연인 사이였던 카를라 브루니 씨와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카이로=로이터 연합뉴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이집트를 방문했을 때 당시 연인 사이였던 카를라 브루니 씨와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카이로=로이터 연합뉴스
모델출신과 재혼후 지지도 곤두박질…

‘개혁 칼자루’ 총리 손에

프랑스에서 연금개혁은 모든 개혁의 어머니로 통한다.

그런 연금 개혁을 지난해 취임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해냈다. 전임자의 연금개혁 좌절 이후 12년 만이다.

외국의 연금개혁을 따라가려면 앞으로도 연금불입기간을 41년 이상으로 늘려가는 힘든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일단 공무원이든 공기업 근로자든 민간기업 근로자든 똑같이 37.5년에서 2.5년 늘어난 40년의 연금불입기간을 적용받게 됐다는 점에서 개혁의 토대는 마련됐다.

사르코지 대통령도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노조의 강력한 반발과 파업에 직면했다. 공공교통수단의 파업으로 약 2주간 시민들의 발이 묶이는 등 1995년과 비슷한 상황이 재연됐다. 그러나 그는 굴복하지 않았고 결국 승리했다. 기 그루 파리정치학교(시앙스포) 사회학 교수는 당시 “프랑스 국민은 개혁 시도가 늘 파업의 압력에 굴복했던 과거와의 단절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금개혁만이 아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35시간 노동제도 사실상 사문화시키고 있다. 35시간 노동제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 시절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노동을 분담해 실업률을 낮춘다는 명목으로 도입했다. 그러나 실업률은 몇 년간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다가 다시 올라갔다. 35시간 노동제가 해외 기업의 프랑스 투자를 막고 프랑스 기업을 해외로 내쫓았기 때문이다.

연금개혁에 승리한 지난해 11월 사르코지 대통령은 못할 게 없어 보였다.

그의 급격한 추락은 사생활에서 시작됐다. 전 부인 세실리아 씨와 이혼하고 이탈리아계 슈퍼모델 출신 카를라 브루니 씨와 염문을 뿌리더니 석 달 만에 재혼했다.

언론은 새 퍼스트레이디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일반인은 여전히 “브루니는 이탈리아인이어서 투표도 못했다” “브루니가 남편과 시아버지와 동거했다” “부르니의 누드 사진 경매대금은 자선단체도 거부했다”며 역겨움을 드러낸다. 개방적이라는 프랑스인도 대통령 부인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에 대한 실망은 3월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사회당의 압승으로 나타났다. 취임 1년째인 5월 그의 지지도는 취임 당시 65%에서 28%까지 곤두박질쳤다. 현재 사르코지 대통령은 개혁의 일선에서 한발 물러섰다. 국내 개혁은 일단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프랑수아 피용 총리에게 맡기고 자신은 올 하반기 유럽연합(EU) 순회의장을 맡아 우회적으로 이미지 회복을 노릴 생각이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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