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해서? 예뻐서? 유럽 ‘女장관 모시기’

  • 입력 2008년 5월 12일 03시 07분


유럽에서 ‘미녀 장관’들이 잇따라 내각에 입성하고 있다. 여성의 정치 참여라는 점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눈길을 끌기 위한 정치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AP통신은 이탈리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8일 미스 이탈리아 출신의 마라 카르파냐 씨를 평등장관에 임명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1997년 미스 이탈리아대회 6위에 오른 카르파냐 씨는 미디어 재벌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소유한 방송 미디어셋에서 TV 진행자로 일했다.

올해 1월에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내가 결혼한 몸이 아니라면 카르파냐 씨와 결혼하고 싶다”고 농담하자 그의 부인인 베로니카 라리오 씨가 남편의 사과를 요구한 뒤 수도원에 틀어박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카르파냐 씨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눈에 띄어 2004년 정계에 입문한 뒤 2006, 2008년 총선에서 잇따라 의원으로 당선됐다.

스페인에서는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가 3월 총선에서 이겨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내각 과반을 여성 장관으로 채웠다고 현지 일간 ‘엘 문도’가 보도했다.

2004년 처음 총리가 됐을 때 그는 여성으로 장관 자리의 절반을 채워 관심을 끌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평등부를 신설하고 장관 자리에 여성을 임명해 아예 여성 장관을 ‘다수파’로 만든 것.

특히 미모의 재원으로 주목을 받아 온 37세의 카르메 차콘 주택장관을 요직인 국방장관으로 옮긴 점이 눈길을 끈다.

차콘 장관은 첫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국방장관으로 임명됐다. 임신 7개월의 몸으로 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고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하는 모습은 외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바르셀로나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차콘 장관은 사파테로 총리의 신임을 크게 얻어 사파테로 총리 이후의 스페인 사회당을 이끌 후보군에도 올라 있다.

‘엘 문도’는 그가 군 경험도 없고 곧 임신휴가를 떠나게 된다는 점을 들어 “사파테로가 그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전통과 가치를 훼손한 정치 마케팅”이라고 비난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해 취임하면서 스페인을 본떠 장관 자리의 절반을 여성으로 채웠다.

모로코 출신으로 국립사법관학교를 나온 라시다 다티 법무장관과 국립행정학교(ENA) 출신의 발레리 페크레스 고등교육장관은 실력과 미모 양면에서 관심을 모았다. 각각 법원 개혁과 대학 개혁이라는 힘든 업무를 끈기 있게 수행해 업무 평가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녀 각료로는 역시 흑인인 라마 야데 인권담당장관이 꼽힌다. 세네갈 출신인 32세의 야데 장관은 리비아나 티베트 등 인권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과감히 ‘노’라고 말해 언론의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영국이나 독일에서는 남유럽식의 파격적인 미모의 여성 장관을 찾기 힘들지만 영국의 재키 스미스 내무장관은 최초의 영국 여성 내무장관으로 관심을 모았다.

여성 각료 수는 스페인이 17명 중 9명으로 가장 많고 프랑스가 15명 중 7명, 독일이 15명 중 5명, 영국이 23명 중 6명, 이탈리아가 21명 중 4명이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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