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68혁명은 현재진행형”

  • 입력 2008년 5월 1일 02시 56분


29일 프랑스 남부의 마르세유에서 정부의 교원 감축 계획에 항의하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르세유=로이터 연합뉴스
29일 프랑스 남부의 마르세유에서 정부의 교원 감축 계획에 항의하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르세유=로이터 연합뉴스
■ 오늘 40주년… 찬반서적 출간 봇물

사르코지 “68 청산” 주장뒤 논쟁 폭발

“자유화 운동” “폭력적 담론” 양측 팽팽

1일은 1968년 프랑스 파리 교외 낭테르대의 학생 시위가 파리 소르본대로 옮겨가면서 전국적 시위로 번지기 시작한 지 40년이 되는 날이다. 유럽과 서구 사회 전체를 뒤흔든 1968년 ‘5월혁명’ 40주년을 맞아 프랑스에서는 이 사건이 후대에 미친 영향을 되새겨 보는 책이 앞 다퉈 출간되고 있다.

5월을 맞이하는 프랑스의 지식계는 특히 지난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들고 나온 ‘68 청산’에 대한 찬반 논란으로 요란하다.

프랑스에서 가장 큰 서점 체인 프나크와 대학가 라탱 구의 대형서점 ‘지베르 에 조제프’는 아예 68년을 다룬 책만으로 한 코너를 꾸렸다. 르몽드와 르피가로, 리베라시옹 등 일간지와 누벨 옵세르바퇴르, 르푸앵 등 주간지들도 예외 없이 68년 특집 기사를 게재했다.

다니엘 콩방디 유럽의회 의원과 앙리 베베르 유럽의회 의원, 알랭 게스마르 파리정치학교 부교수 같은 68년 5월 시위의 주역들도 직접 나서 ‘68년’을 옹호하는 책을 냈다.

1968년 5월 시위의 발단이 된 낭테르대 ‘3월 22일 운동’의 리더로 시위 전 과정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콩방디 의원은 ‘68년을 잊어라’ ‘68년 5월’ 등 2권의 책을 냈다.

콩방디 의원은 사르코지 대통령과는 다른 의미에서 68년의 청산을 주문했다. 그는 오늘날 프랑스의 모든 잘못의 근원을 68에 귀속시키는 사르코지 대통령과 우파를 비판하면서도 “68을 잊어라. 그 과거가 죽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68은 이미 세상을 갈아엎고 변화시킨 후 그 속에 묻혀 있다. 68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마오주의 그룹 ‘좌파 프로레타리아트’의 리더였던 게스마르 부교수는 ‘나의 68년 5월’이란 책에서 “오늘날 프랑스 사회에서 적이 필요할 때마다 가장 손쉽게 들먹이는 게 68년 5월”이라고 한탄했다.

트로츠키주의 그룹 ‘혁명적 공산주의 연맹’의 리더였던 베베르 의원은 ‘68을 청산해야 하는가’란 책에서 “68년은 코르셋을 착용한 (경직된 가치에 갇힌) 프랑스를 해방시켰던 자유화운동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알랭 르노 소르본대 철학 교수는 최근 ‘르피가로 마가진’에서 “68은 폭력적인 반(反)자유의 담론으로 표현된 자유화운동”이라며 베베르 의원을 비판했다. 르노 교수는 68년 정신을 담아낸 미셸 푸코, 루이 알튀세, 자크 라캉, 피에르 부르디외 등의 사상이 반인본주의로 귀착하는 과정을 밝혀낸 ‘68년 사상’이란 책을 1988년 뤼크 페리 전 교육장관과 함께 출판한 인물. 이 책은 올해 다시 출판돼 널리 읽히고 있다.

50, 60년대 프랑스 좌파 정치운동을 연구해온 역사가 패트리크 로트망은 ‘68년 5월’이란 책에서 “68은 전 세대에 걸친 운동이 아니라 특정 세대의 운동이었다”며 “세대를 망라하는 가치를 추구한 운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68년 당시 마오주의자였다가 지난해 대선에서는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져 파란을 일으킨 철학자 앙드레 글뤽스망은 저널리스트인 아들 라파엘 씨와 함께 쓴 ‘니콜라 사르코지에게 설명하는 68년 5월’이란 책에서 “음흉한 미테랑이 68년의 아들(계승자)이 아니라 나이키와 롤렉스, 요트를 좋아하는 사르코지가 68년의 진정한 아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명한 것,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 그게 68년의 콩방디가 원했던 것이고 프랑스를 변화시켰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