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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2일 1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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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의 대의원 확보 집계에서 1644대 1498명으로 뒤지고 있는 힐러리 후보는 이번에 완승을 거두지 못할 경우 '미국 첫 여성대통령'의 꿈을 바로 접게 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공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후보는 6¤10%의 우세를 보였다. 펜실베이니아 주에는 158명의 대의원이 걸려 있으며 투표는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본보는 미국 국무부 외신기자클럽(FPC)이 세계 30여개의 언론사를 초청해 실시한 '미디어 투어' 일환으로 이번 예비경선 취재에 참여해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활동 중인 미국 선거전문가 3인을 인터뷰했다.
▽숫자의 정치학=에이브러햄 아모로스 미국 민주당 펜실베이니아 주 사무국장은 "이번 프라이머리에선 승패 자체 못지않게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승리할 경우 얼마나 큰 표차로 승리하느냐가 큰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10% 이상 두 자리 수 이상의 격차로 승리해야만 경선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겨도 5% 이하의 차이라면 계속 경선에 참여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국무부 등록 로비스트이기도 한 진 바 펜실베이니아 주 상공회의소 공보담당 부회장도 "5% 이하의 차이라면 힐러리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탱할 기부금과 자원봉사자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들과 달리 프랭클린 앤드 마셜대의 테리 마돈나 교수는 "차이가 적게 나도 힐러리 후보가 승리하면 경선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힐러리 후보는 오바마 후보가 결정적인 실수를 해 '오바마로는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에 승리할 수 없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산술적으로는 이길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그가 계속 경선을 끌고 가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마돈나 교수는 오바마 후보가 최근 펜실베이니아 주의 중소도시지역 주민에 대해 "그 사람들(백인 블루칼라)이 총기나 종교에 집착하는 것은 좌절감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민과 무역을 반대하는 것이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사례를 들며 "힐러리 측은 오바마에게 이 같은 악재가 계속 터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형의 정치학=펜실베이니아 주에서 '단일한 선거전략'이란 나올 수 없다. 상이한 특징을 가진 세 지역이 '펜실베이니아 주' 라는 이름 아래 모여 있기 때문이다.
최대 도시 필라델피아가 있는 남동지역의 경우 흑인의 비율이 15.8%로 주 평균인 10.4%보다 훨씬 높지만 비교적 부유한 지역으로 꼽힌다. 반면 공장이 많은 피츠버그 등 서남지역은 노년층의 비율이 높고 '블루칼라' 인구가 많다. 두 지역 사이에 있는 중부지역은 농업 지역으로 이전 선거에서 공화당 지지성향을 보여 왔다.
마돈나 교수는 "필라델피아에 무역으로 재미를 본 기업이 많고 화이트칼라의 비중이 큰 반면, 남서부 지역의 경우 자유무역에 회의적인 유권자들의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진 바 부회장도 "애팔래치아 산맥으로 양분된 펜실베이니아 주의 서부는 인접한 오하이오 주처럼 매우 보수적인 성향을 띠는 반면, 산맥의 오른쪽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투표성향을 보여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얼마나 선전하느냐는 전체 유권자의 44.5%가 있는 필라델피아와 그 근교에서 얼마나 득표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 주는 1992년 이후 최근 4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격차는 10%(1992, 1996년)→4%(2000년)→3%(2004년)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해리스버그(펜실베이니아주)=하태원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