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배고프면…” 곡물시장 조마조마

  • 입력 2008년 4월 16일 03시 01분


“식대 부담 커졌어요”치솟는 곡물가격 때문에 비상이 걸린 중국 정부는 14일 학생들의 식대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대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전국 2000만 명의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을 월 20위안(약 3800원)씩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칭다오=EPA 연합뉴스
“식대 부담 커졌어요”
치솟는 곡물가격 때문에 비상이 걸린 중국 정부는 14일 학생들의 식대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대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전국 2000만 명의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을 월 20위안(약 3800원)씩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칭다오=EPA 연합뉴스
세계 곡물 파동이 확대되면서 거대 곡물 생산국이자 수요국으로 ‘양날의 칼’을 가진 중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구 13억 명의 중국은 대부분의 식량을 자급해 세계시장에 큰 영향을 주거나 받지는 않아 왔다. 그러나 콩을 비롯한 일부 곡류는 중국 내 수요 증가가 국제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연료 가격이 상승해 곡류 생산비가 높아지면서 쌀을 비롯한 주요 곡물 가격이 오를 우려도 높다. 중국의 곡물 가격이 들썩이면 세계시장에 ‘중국발 2차 폭풍’을 몰고 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급 원활하지만 곳곳 위험 징후=지난해 중국의 곡물 가격은 전년 대비 전체 물가 상승률 4.8%보다 높은 6.6%가량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소비자 물가가 급등하고 국제시장의 곡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안팎으로 한층 강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올해 2월 중국 남부 지방에 몰아친 폭설과 혹한, 북부 지역의 과거 5년 내 최고의 가뭄 등 자연재해도 식량 생산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신징(新京)보가 15일 전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14일 ‘2008년 중국식량시장전망회의’를 열고 곡물가격 안정 및 식량 안보상황 긴급 점검에 나섰다.

국가식량국 쩡리잉(曾麗瑛) 부국장은 “중국의 식량 재고는 1.5억∼2억 t으로 충분하고 수급도 원활하지만 곡물 가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식량 생산은 5억150만 t으로 소비량 5억1700만 t을 약간 밑돌았다. 특히 광둥(廣東) 성은 지난해 식량 부족량이 2400만 t으로 2002년에 비해 2배로 늘었다고 홍콩 원후이(文匯)보가 중국경제주간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곡류 재배 면적은 최근 몇 년간 약간 늘었다. 그러나 농민들의 이농(離農)이 이어지면서 실제 파종 면적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수출세·쿼터제 등으로 통제 나서=중국은 콩 수요의 70%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지난 10년간 콩 소비가 10배가량 많아졌다. 이에 따라 콩 수입이 급증하면서 지난해에만 콩 가격이 1kg당 2.4위안(약 312원)에서 4.8위안으로 2배로 올랐다. 중국 내 콩 가격의 인상은 다롄(大連) 상품거래소에서의 선물 가격 인상과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세계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중국 징지관차(經濟觀察)보는 “최근 세계 식량 가격의 폭등에는 중국의 콩 수요가 한 요인이 됐다”고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쌀의 경우에는 중국이 지난해 전년 대비 5.8% 늘어난 1130만 t을 수출했다. 밀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185만 t을 수출했다.

이처럼 아직 주요 곡물 수급에 문제가 없는데도 중국이 ‘식량 안보 강화’에 나서며 긴장하고 있는 것은 “세계시장의 불길이 번지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인상으로 생산비가 오른 데다 가격이 높은 국제시장으로 곡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국내 곡류 및 생필품 가격 폭등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판단이다.

국제 곡물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도 중국 정부가 꺼리는 점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국내에서 생산된 곡류의 국내 판매를 유도하고 세계 곡물 시장으로부터 ‘방화벽’을 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84개 곡류에 대해 부여해 오던 13%의 부과세 환급을 취소했다. 이어 올 1월에는 57개 주요 곡물류와 관련 제품에 대해 5∼25%의 수출세를 부과하고 쌀과 옥수수, 밀가루에 대해서는 쿼터제를 통한 직접적인 양적 통제에 나섰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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