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에서 ‘두 번째 사랑’이란 제목으로 개봉됐던 이 영화는 한국인 불법 체류자인 지하(하정우 분)와 불임 때문에 고민하던 미국 여성 소피(베라 파미가 분)가 임신을 위한 육체적인 거래를 하다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 뉴욕 맨해튼에서 찍은 이 영화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11일 큼지막한 영화평을 싣고 “반드시 봐야 할 영화”라고 호평했다.
미국 영화에선 백인 여성과 동양 남성 간의 사랑은 좀처럼 다뤄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두 주인공 간의 섹스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김진아 감독은 “미국 주류 문화에서는 아시아 남자에 대한 시각이 왜곡돼 있다. 매력적으로도, 아예 성적인 존재로도 여겨지지 않는다”며 “영화를 통해 그런 왜곡된 시각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11일 뉴욕 개봉관인 맨해튼의 예술영화 전문극장 랜드마크 선샤인을 찾은 미국 관객들도 높은 점수를 줬다. 한 여성 관객은 “섹스신이 상당히 파격적이었다”며 “욕망, 사랑 등 보편적인 주제를 독특한 소재를 통해 다룬 점, 그리고 미국 영화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한인사회를 다룬 점이 눈길을 끌었다”고 말했다.
영화 제작비는 300만 달러(약 30억 원)로 저예산 영화. 하지만 영화 ‘디파티드’에 출연했던 인기 배우 베라 파미가가 시나리오만 보고 소피 역을 자청했다. 또 ‘피아노’의 음악 감독인 마이클 니먼이 음악 감독을 맡았다. 영화 제작진 60여 명도 김 감독을 빼놓고는 모두가 미국인이다.
서울대 미대 출신으로 하버드대 시각예술학부에서 3년간 영화를 가르치기도 했던 김 감독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함께 다음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