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행정부 ‘콜롬비아 FTA’ 충돌

  • 입력 2008년 4월 11일 03시 00분


하원의장 “규칙 바꿔 저지” ↔ 백악관 “끔찍한 전례될 것”

미국과 콜롬비아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를 놓고 미국 내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민주당 주도의 의회가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9일 콜롬비아 FTA의 비준 투표를 무기한 연기하기 위한 규칙 개정안을 10일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이는 무역촉진권한(TPA)에 따른 의회 처리 규정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TPA는 무역협상의 권한을 갖고 있는 의회가 행정부에 협상권한을 일시 위임하는 조치로 한미 FTA를 끝으로 지난해 3월 말 종료됐다. TPA의 적용을 받아 체결된 FTA의 경우 의회는 내용을 수정하지 못하고 가부만을 결정할 수 있다. 정부가 비준동의안을 제출하면 하원은 회기기준일 60일 이내에 표결해야 하며 이어 상원은 30일 이내에 가부를 결정해야 한다.

올해 미 의회 회기 일정표에 따르면 8일 콜롬비아 FTA가 제출됐으므로 회기기준일 60일은 8월 초, 90일은 10월 초 정도가 된다.

이에 대해 미 행정부는 유례없이 강한 어조로 반발하고 나섰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의회가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는 행동을 한다면 다른 나라들이 우리의 무역정책을 어떻게 생각할 것이며 어떻게 우리의 말을 믿겠느냐”면서 “매우 곤란하며 끔찍한 전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미 FTA의 비준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TPA 의회 처리 규칙이 바뀌어 콜롬비아 FTA의 처리가 미뤄지면 ‘뒤차’인 한미 FTA는 기약 없이 기다리다 처리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콜롬비아 FTA는 한미 FTA에 비해 쟁점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민주당이 콜롬비아 FTA에 반대하는 주된 명분도 콜롬비아 노조 운동가 탄압 중지 등 주로 정치적인 것이다.

지금도 콜롬비아 상품은 연례 동의안에 따라 거의 관세 없이 미국에 수출되고 있어 FTA가 발효돼도 콜롬비아가 얻을 이익은 크지 않은 반면 미국은 콜롬비아 시장 진출을 대폭 늘릴 수 있다.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콜롬비아가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크다. 콜롬비아 정부는 마약 및 테러 정책에서 주요한 파트너이며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반미 노선에 맞서 중남미에서 미국의 편을 들어주는 핵심 우방이다.

이 때문에 미 의회의 콜롬비아 FTA 처리는 한미 FTA 처리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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