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불가촉천민 大母 쿠마리 “총리를 꿈꾼다”

  • 입력 2008년 4월 1일 02시 53분


빈민층 지지로 가난한 교사서 州장관 4선 성공

재산만 129억… “후원금으로 호화생활” 비난 여론

‘천민들의 구세주인가, 이들을 이용하는 야심가인가.’

인도 불가촉천민의 대모(大母)로 불리는 마야와티 쿠마리(사진) 우타르프라데시 주(州) 장관의 대권 행보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쿠마리 장관은 불가촉천민 출신으로 인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1억6500만 명)의 장관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가난한 집안의 교사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불가촉천민인 ‘달리트’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주 장관 4선에 성공했다. 25만 달러어치의 보석을 포함해 모두 1300만 달러(약 129억 원)의 재산을 신고한 부자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인도의 총리가 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본격적인 모금운동에 나섰다. 내년 총선에서 소속 정당인 대중사회당(BSP)의 총선 승리를 이끌어 중앙 정계로 진출하겠다는 야심이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시작부터 일부 비평가의 거센 비판에 부닥쳤다고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이들은 다이아몬드로 치장한 채 화려한 생일파티를 여는가 하면 헬리콥터를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는 쿠마리 장관에 대해 “허영심에 찬 이기주의자”라고 비난하고 있다. 쿠마리 장관은 또 신변 보호를 이유로 연간 600만 달러에 이르는 이스라엘 경호업체를 고용해 구설에 올랐다.

더구나 그는 몇 년 전 부패혐의로 수사를 받은 전력이 있어 청렴성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장관 지위를 이용해 사업허가를 내주면서 회사 측에 돈을 요구한 혐의 등으로 모두 140여 건의 고소 고발이 접수된 상태다.

그가 빈민들의 후원금을 받으면서도 막상 이들을 위해 쓴 돈은 많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중앙 정계 진출을 위해 다른 계급의 지지를 끌어들이려다 보니 달리트들을 위해 써야 할 복지예산이 오히려 분산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이에 대해 쿠마리 장관은 “내가 불가촉천민이라는 이유로 제기되는 터무니없는 음해”라고 반박했다.

뉴델리의 정치 분석가인 아자히 마흐라 씨는 “전국적인 정치인으로 부상한 쿠마리 장관이 총리가 될 가능성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고 분석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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