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냉전 미-러 ‘해빙의 봄’

  • 입력 2008년 3월 31일 02시 57분


부시, 내달 푸틴별장 초대 수락

러는 MD문제 유연 대응 시사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기지 건설 계획과 코소보 독립 문제 등을 놓고 냉전시대를 방불케 하는 갈등을 겪어 온 미국과 러시아가 모처럼의 ‘반짝 해빙’ 무드를 연출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 5일 러시아 소치에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별장을 방문해 달라는 러시아 측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일간 모스크바타임스는 28일 “백악관 참모진이 ‘러시아의 초대에 응하지 말 것’을 조언했지만 부시 대통령이 비공식 회담을 전격 수용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MD 문제에 대해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은 18일 양국 외교, 국방 장관이 참석한 2+2 회담이 끝난 뒤 “미국이 MD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를 경청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이런 반응을 종전의 강력한 MD 반대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겠다는 의사로 풀이했다. 공교롭게도 “미국이 MD 기지를 구축하면 러시아는 미사일로 겨냥하겠다”며 으르렁댔던 유리 발루옙스키 러시아 국방부 총참모장은 지난주 사의를 표명했다.

이 같은 양국 정상의 해빙 무드는 러시아의 권력 교체기를 앞둔 시점에 조성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모스크바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소치 방문으로 양국 정상이 의외의 성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러시아 정치평론가 파벨 펠겐가우예르 씨는 “미국이 러시아의 민주주의 문제에 대해 시비를 걸지 않는 대가로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고전하는 미국에 도움을 주는 길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다음 달 2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에서 현안으로 부상한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의 가입 문제를 밀어붙이는 순간 이런 해빙 무드는 곧 깨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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