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통합’의 기수?

  • 입력 2008년 3월 26일 02시 50분


NYT “리버럴한 성향… ‘좌우 화합’ 공약에 의구심”

"상원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보여 온 버락 오바마 후보가 과연 좌우 화합의 기수(旗手)가 될 수 있을까?"

미국 대통령선거 민주당 경선주자인 오바마 의원이 내세우는 핵심 캐치프레이즈는 '변화'와 '통합'이다. 특히 "레드스테이트(공화당 지지)와 블루스테이트(민주당 지지)로 찢긴 미국을 다시 하나로 화합시키겠다"는 게 그가 주창하는 통합의 핵심중 하나다.

그러나 일부에선 약간 고개를 갸우뚱해 왔다.

"인종·문화 통합은 오바마 자신이 흑인 혈통을 가졌고 다(多)문화를 경험해 왔으므로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념과 관련해선 그는 그동안 선명히 한쪽에 서왔다. '대통합의 적임자'를 자처하기 위해선 상당한 논리 정립이 필요할 것 같다."(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연구원)

사석에서만 회자되던 그런 의구심이 마침내 대선의 공식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5일 '리버럴이 통합자가 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오바마 의원은 민주, 공화, 중도파를 끌어안아 '새로운 다수'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과연 그가 이를 주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담임 목사 발언 파문이 촉발한 인종 논란은 오바마가 후보가 될 경우 치러야할 여러 시험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가장 리버럴한 투표 성향을 보여온 오바마 의원이 대선 후보가 된다면 '이념적으로 덜 양극화된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그의 약속은 공화당의 공세를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셔널저널의 분석에 따르면 오바마 의원은 2007년 상원에서 가장 리버럴한 투표성향을 보였다. 힐러리 클린턴 의원은 16위에 랭크됐다.

오바마 후보는 "대선 본선은 중도층 유권자 확보 경쟁인데 과연 적임자이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을때 마다 "나는 진보적이지만 이념적인 사람이 아니다. 실용주의적이다"고 강조해왔다.

그의 지지자들은 건강보험 개혁,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 부유층 감세 혜택 중단 등 진보적 목표가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는 등 과거와는 다른 이념적, 정치적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오바마이즘'(obamaism)은 잠복해 있는 이념적 다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란 논리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월 25일자에 논설실 명의로 힐러리 후보 지지를 밝힌 바 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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