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교관은 스파이, 기자는 대리인”

  • 입력 2008년 3월 12일 02시 59분


中법원, 접촉 중국인에 무기징역형… 日정부-언론 “불쾌”

중국 사법부가 일본의 현직 외교관과 유력 신문 기자를 각각 ‘스파이’ ‘스파이 조직의 대리인’이라고 판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北京) 시 고급인민법원(고법)은 2006년 9월 비공개 재판에서 일본 외교관 등에 정보를 제공한 중국인 남성(48)에게 스파이 혐의를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 중국인은 2005년 일본 외교관 2명과 접촉했으며 이 중 외무성의 ‘국제정보총괄관조직’ 소속이던 1명은 현재 외무성 간부로, 다른 1명은 베이징 주재 일본대사관 서기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상대방이 스파이 요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수차례에 걸쳐 지시를 받고 국가기밀을 넘겼다”고 밝혔다.

판결문은 이어 “피고인이 2005년 초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스파이 조직과 그 대리인’에게 30만 엔을 받고 당 지도자용 전화번호 수첩을 건넨 사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판결문이 지칭한 ‘스파이 조직의 대리인’은 요미우리신문의 기자로 알려졌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중국인 남성은 일본인을 상대로 마사지업소를 경영해왔으며 부모가 공산당 고위간부여서 당 주요기관에 아는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판결 내용이 알려지자 일본 정부는 불쾌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외무성의 국제정보총괄관조직과 같은 조직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면서 “다른 나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고 해서 스파이 조직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 법원이 판결문에서 국가 기밀이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등 사실 관계에 대한 심리가 극히 허술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또 중국 법원이 ‘스파이 조직의 대리인’이라고 지칭한 기자를 조사한 결과 판결문에 나오는 것과 같은 사실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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