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 비상전화…누가 받기 원하는가” 힐러리 광고 화제

  • 입력 2008년 3월 11일 02시 54분


“아이들이 곤히 잠자고 있는 오전 3시, (백악관에) 전화가 울린다. 세계에 긴박한 상황이 생겼다. 누가 그 전화를 받기를 원하는가. 당신의 투표가 결정한다.”

2008 미국 대선전 개막 이후 쏟아진 정치 광고 가운데 가장 뜨거운 논란을 불러온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TV 광고다. ‘세컨드 슈퍼화요일’로 불린 4일 힐러리 후보의 승리에도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 광고가 최근 끊임없이 화제를 낳고 있다.

우선 광고에서 ‘곤히 잠자고 있는’ 어린 소녀가 실제로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열렬한 지지자로 밝혀졌다.

ABC 방송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 소녀는 워싱턴 주에 사는 고교 3년생 케이시 놀스 양이다. 놀스 양은 어릴 때인 8년 전 철도회사 광고에 출연한 적이 있다. 힐러리 후보 캠프는 이 이미지에 대한 판권을 가진 게티 이미지로부터 이를 구입해 광고에 썼다.

지난달 주(州) 코커스(당원대회) 때 오바마 캠프 지역 캡틴으로 활동한 놀스 양은 뒤늦게 광고의 주인공이 자신임을 알게 됐다.

“화가 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그 광고는) 공포를 조성하는 1980년대식 분위기더군요. 오바마처럼 밝은 미래의 메시지를 제시하진 못해요.”

놀스 양은 “오바마 선거운동 본부에서 연락이 왔기에 대응광고를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오바마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선 대응광고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선거 전략가였지만 최근 힐러리 후보를 맹렬히 비판하고 있는 정치평론가 딕 모리스 씨는 칼럼에서 “힐러리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한 게 거의 없다”며 다음과 같은 내용의 광고를 제안했다.

“비상전화를 받은 힐러리 대통령이 소리친다. ‘잠깐만요. 빌, 당신 전화예요.’”

유명 버라이어티 쇼인 NBC 방송의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도 8일 이 광고의 패러디가 등장했다. 오전 3시 긴박한 전화가 울리고 이어 전화기에서 나직한 여성의 음성이 들려온다.

“힐러리 의원님? 오바마 대통령이 통화를 원하십니다.”

“힐러리, 도움이 필요해요. 이란이 핵무기를 강화했는데 러시아와 북한이 돕는 것 같소.” (중략) “아 참, 하나 더. 백악관 난방이 꺼진 것 같은데 어떻게 하죠?”

여론조사 기관인 라스무센은 “오전 3시의 외교안보 긴급 사태 전화를 누가 받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응답자 중 45%가 공화당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꼽았고 정작 힐러리 후보는 오바마 후보와 동률인 25%에 그쳤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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