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더, 또 ‘민주당 훼방꾼’ 되나

  • 입력 2008년 2월 26일 03시 01분


《미국 공화 민주 양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다음 달 4일 텍사스, 오하이오 등 4개 주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는 양당의 최종 승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운동가 랠프 네이더(74) 씨가 24일 5번째 대선 출마를 선언해 민주당을 다시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후보를 일찌감치 확정한 공화당의 우파는 이제 민주당 유력 주자에 대한 본격적인 이념 공세를 시작했다.》

○ 네이더 껄끄러워 하는 민주당

네이더 씨는 이날 NBC방송에 출연해 “메이저 정당 후보들은 독신자 건강보험, 노동법 개혁, 이라크전쟁, 기업범죄 근절 등의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레바논계 이민 2세인 그는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온 변호사로 1965년 미국 자동차들의 안전 문제를 고발하며 ‘소비자운동의 기수’로 떠올랐다.

그는 2000년 대선에선 2.7%, 2004년에는 0.3%라는 미미한 득표에 그쳤다. 하지만 그의 대선 출마 선언에 민주당이 긴장하고 있다. 민주당과 지지기반이 겹치는 그의 득표가 공화당과의 박빙 승부에 미칠 수 있는 큰 영향력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 대선 당시 결정적 승부처였던 플로리다 주에서 조지 W 부시 후보가 앨 고어 후보를 불과 537표 차로 이겨 대선 승자가 됐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9만7488표를 얻은 네이더 후보를 ‘선거 훼방꾼’이라고 비난했다.

이번에도 그의 득표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00년 못지않은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은데 1표라도 더 얻으면 그 주의 대의원을 독식하는 선거제도상 제3후보의 존재 때문에 주의 승자가 바뀌는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의 출마 소식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정말로 불행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때 소비자운동단체에 참여했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도 “소비자 운동가로서 그는 진정 평가받을 만하지만 단골 후보로서 그의 역할은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오바마에 대한 우파의 대반격

지난 두 차례 대선 과정에서 ‘라이트 네이션(우파 국가)’을 구축한 보수주의자들은 ‘리버럴(진보적) 민주당’, 그중에서도 가장 리버럴한 정치인으로 꼽히는 오바마 후보에 대한 이념전쟁을 강화하고 나섰다.

오바마 후보에 대한 ‘사상검증’을 하겠다며 포문을 연 것은 네오콘(신보수주의)의 대표 논객 격인 윌리엄 크리스톨 위클리스탠더드 편집장.

그는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오바마 후보가 지난해 10월 TV 인터뷰에서 “(부적절한) 이라크전쟁 동안 성조기 배지를 다는 것이 진정한 애국심인 양 비치는 것을 보고 나는 성조기를 가슴에 달지 않겠다고 결정했다”고 말한 대목을 문제 삼았다.

크리스톨 편집장은 “오바마의 태도는 ‘난 너무 애국심이 강해 성조기를 달 수 없다’는 식인데 이 같은 경솔한 언사는 배지를 다는 미국인들의 순수성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치평론가들은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래 28년 동안 20년을 통치해 온 공화당 보수주의의 거대한 저항”이라며 ‘라이트 네이션’의 반격이라고 이름 붙였다.

○ 매케인 “고지가 바로 저기다”

한편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24일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 실시된 경선에서 승리해 이 지역에 할당된 대의원 20석을 모두 차지했다. 지금까지 대의원 998명을 확보해 ‘매직 넘버’(전체 대의원의 과반·1191명)‘ 확보까지 193명만을 남겨 놓은 상태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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