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소니 ‘LCD 밀월’ 끝나나

  • 입력 2008년 2월 25일 02시 50분


소니, 삼성과 사실상 독점거래 깨고 샤프서도 패널 구입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합작 생산해 온 삼성전자와 일본 소니의 ‘이인삼각(二人三脚)형 밀월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소니가 일본의 대표적 LCD 업체인 샤프에서도 LCD 패널을 조달받기로 한 때문이다.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현재 삼성-소니의 합작법인인 ‘S-LCD’와 삼성전자에서 대부분의 패널을 조달하는 소니는 TV용 LCD 패널을 샤프에서도 조달하기로 하고 최종 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니는 샤프가 2009년 가동할 예정인 오사카(大阪) 부 사카이(堺) 시 공장에서 60∼70인치대의 ‘제10세대’ 대형 패널을 구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또 이르면 올해부터 샤프가 미에(三重) 현 가메야마(龜山) 시 공장에서 생산하는 40∼50인치대 기존 패널을 구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소니는 TV용 LCD의 60∼70%를 S-LCD와 삼성전자를 통해, 나머지 30∼40%는 대만 업체들에서 조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공식적으로는 “소니가 샤프와 제휴하는 것은 S-LCD에서 공급받는 패널 이외의 나머지 물량에 대한 구매처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며 “소니와 삼성의 전략적 협력관계는 현재 잘 유지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샤프가 삼성전자가 아닌 대만 업체의 LCD 물량을 빼앗아 가는 것이어서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내부 기류는 그리 간단치 않다. 삼성그룹과 삼성전자의 관련 임원 및 실무진은 주말인 23, 24일 잇달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상황 분석에 부심했다.

전자업계는 소니와 샤프의 제휴가 최근 LCD 패널 부족 사태에 따른 일회성 계약이 아니라 합작회사 설립을 통한 중장기적 협력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 특검의 장기화 등에 따른 소니의 수급 불안감과 한국 전자업계를 따돌리려는 일본 업체들의 연합 움직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특검으로 경영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서 소니가 (LCD 공급처로) 삼성만 바라볼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일본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도 “히노마루 구상(일본 전자업체가 연합해 한국 등의 전자업체와 경쟁한다는 구상)이 현실화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삼성전자로서도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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