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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1월 28일 03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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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뒤에 직접 찾아가 “근거 있나” 따져
‘철의 낭자’로 불리는 중국의 우이(吳儀) 부총리가 26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국제식품안전회의에서 자신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우 부총리는 이날 개막식에서 중국의 식품안전 문제를 강하게 제기한 유럽연합(EU)의 피터 맨덜슨 통상담당 집행위원을 회의가 끝나자마자 직접 찾아가 얼굴을 붉히며 5분간 따져 물었다. 국제회의 석상에서 이런 장면은 극히 이례적이다.
문제의 발단은 우 부총리의 발언을 맨덜슨 위원이 논박하면서 시작됐다.
우 부총리는 치사를 통해 “올 상반기 전체 525개 식품을 조사한 결과 합격률이 90%를 넘어섰다”며 “특히 수출식품의 합격률은 99%를 웃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EU와 미국을 겨냥한 듯 “식품안전의 문제는 국제사회 공동의 문제”라며 “이를 빌미로 무역 장벽을 쌓거나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맨덜슨 위원은 발언에 나서 “지난해 소비자가 제기한 소송 1000여 건 중 절반이 중국산”이라며 “올해 들어 이 수치가 50%나 더 늘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럽에서 적발된 가짜 또는 불량품 가운데 무려 80%가 중국에서 온 수입품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어 “유럽은 매일 중국에서 5억 유로(약 6928억 원)의 상품을 수입한다”며 “1%만 문제가 있다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우 부총리는 맨덜슨 위원의 반박에 화가 난 듯 개막식이 끝나기 무섭게 맨덜슨 위원의 자리로 찾아가 퇴장하려는 그를 가로막고 따졌다.
우 부총리는 “당신 말이 맞기는 하지만 (이는 포럼에서 제기할 문제가 아니라) 양자회담에서 제기해야 할 문제”라고 논박했다. 그는 또 “당신이 제시한 수치의 근거가 뭐냐”고 꼬치꼬치 따졌다.
하지만 맨덜슨 위원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기자들에게 “그것(내가 말한 내용)은 사실”이라며 “우리는 사실에서 진실을 찾아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또 “강력한 소비자 안전장치가 보호무역주의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중국과 EU의 첨예한 무역갈등은 28일 중국-EU 정상회담에서도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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