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다당제로 갑시다”

  • 입력 2007년 11월 2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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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이외의 다른 정당은 집권을 금지하는 당금(黨禁)을 개방하라. 다당제 민주선거를 실시하라. 파룬궁(法輪功)을 인정하고 해외에 망명한 민주인사의 귀국을 허용하라.”

중국 공산당의 최대 국정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이 공산당 최고지도부에 ‘인본주의(以人爲本)’와 과학발전관, 조화사회론을 말로만 떠들지 말고 민주화를 빨리 실시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안후이(安徽) 성 정협 상무위원인 왕자오쥔(汪兆鈞·60) 안후이 궈바오(國寶)그룹 이사장은 지난달 22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에게 민주화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고 중화권 언론이 22일 보도했다.

▽“정치개혁 없이 난제 풀 수 없다”=왕 위원은 ‘조화사회를 위한 대책’이라는 제하의 공개서한에서 “정치개혁 없이는 중국이 현재 직면한 난제를 풀 수 없다”며 민주개혁을 촉구했다.

그는 “최근 일고 있는 도박과 같은 주식 광풍(狂風)과 급격한 통화팽창,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부동산 가격, 지역 간 불균형, 갈수록 심화되는 빈부격차는 민주화가 지연되고 있는 데 원인이 있다”며 “민주개혁을 통해서만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6·4사건’으로 불리는 톈안먼(天安門)사태는 재평가돼야 하고 외국으로 망명한 민주인사들은 귀국이 허용돼야 한다”며 “특히 파룬궁 탄압을 중지하고 그동안 파룬궁을 탄압한 책임자는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산당 이외 정당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당금은 반드시 없어져야 하고 인민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하는 인민해방군이 특정 정파에 소속된 것은 잘못”이라면서 다당제에 따른 민주적 선거와 인민해방군을 국가의 군대로 돌려놓을 것을 요구했다.

▽현 지도부에 대한 정면 도전=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식인을 중심으로 봇물 터지듯 나왔던 중국의 민주화 목소리는 지난달 중순 열린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를 계기로 잠잠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왕 위원의 공개서한은 현 지도부의 정치개혁 노선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공산당 영도 원칙 폐지, 파룬궁 허용, 민주인사의 귀국 허용, 인민해방군의 국가 군대화 등은 모두 중국 공산당이 현재 추구하고 있는 기본 노선에 반하는 것이어서 파문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개서한 인터넷서 모두 삭제=중국의 누리꾼들은 왕 위원의 글이 오르자 어떻게 정협 위원이 이런 얘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지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ID가 뉴뉴(牛牛)인 누리꾼은 “중국도 민주헌정을 필요로 한다”며 “왕 위원이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말을 모두 토해냈다”며 지지를 표시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22일 현재 중국의 인터넷에 오른 왕 위원의 글을 모두 삭제하는 등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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