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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1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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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남산’ ‘일신’ 등 눈에 익숙한 한국식 상호와 함께 한국말을 포르투갈어 식으로 표기한 ‘SAGARA’(사가라), ‘SOOMINE’(수미네) 등의 간판이 눈에 띄었다.
브라질 한인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봉헤치르와 브라스 두 군데에서 한인들이 운영하는 의류 매장은 2000개가 넘는다. 한인들이 상권을 모두 장악해 남미 최대의 코리아타운을 이루고 있다.
쇼핑하러 온 상파울루 시민들과 브라질 전역에서 버스를 타고 몰려온 중간도매상, 소매상들의 인파로 거리에 활기가 넘쳤다. 마치 한국의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을 브라질로 옮겨놓은 듯했다.
이곳에서 한인들이 만든 옷은 브라질은 물론 이웃 국가인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 전역에서 팔리고 있다. 이곳 한인업체들이 만든 옷은 브라질 여성의류 패션의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의 여성 3명 중 1명이 한인 업체가 만든 옷을 걸치고 있다는 뜻이다. 수입브랜드 등 유명 브랜드 제품을 제외한 중저가 브랜드 시장에서 한인 업체들의 점유율은 60%로 추산된다.
이곳 의류업체들은 대부분 매장과 공장이 붙어 있다. 디자인부터 재단, 봉제, 판매까지 한 군데에서 해결하는 방식이다. 사장은 대부분 한국인이고 일하는 직원들은 현지인이다. 한인 업체들이 고용한 브라질 직원만 10만 명이 훨씬 넘는다. 실제로 오후 6시경 퇴근시간에 현지 직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자 거리는 몸을 부닥치지 않고는 제대로 걷기가 힘들 정도였다.
브라질의 한인교포는 약 5만 명. 이 중 70%가 의류업에 종사한다. 한인들의 의류시장 진출은 197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업이민으로 왔지만 농사에 적응하지 못하던 교포들은 상파울루로 터전을 옮겼다. 이들은 당시 한국에서 번성하던 섬유산업을 기반으로 처음에는 옷 수입부터 시작해 점차 브라질 여성 옷 시장을 파고들었다. 한인들이 속속 진출하면서 한때 유대인 상권이었던 봉헤치르는 이제 한인상권으로 탈바꿈했다.
최근에는 2세들도 속속 합류하고 있다. 인디체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희순 씨는 “이민 온 지 43년이 됐다. 막내아들과 며느리가 함께 일하고 있다. 현지인 40여 명을 고용해 디자인에서부터 옷 제작, 판매까지 모두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들이 의류업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치열한 기업가 정신이 바탕이 됐다. 이도찬 브라질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은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한인 업체들은 해마다 디자이너들을 이탈리아 밀라노,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등 세계 패션 중심지에 직접 보내 세계 패션 흐름을 먼저 파악한다”며 “브라질에서 움직이는 마네킹을 처음 선보이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도 경쟁력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상파울루=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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