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B 권력이 두렵고 사모님 입이 무서워”

  • 입력 2007년 11월 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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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대학 총장, 언론사보다 무서운 게 고관 부인이다.’

러시아 주간지 노바야가제타는 최근 러시아 최대 항공사인 아에로플로트의 중요 인사(VIP) 탑승 카드 발급 현황을 입수해 발표했다. 1등석과 비즈니스석 우선 예약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이 카드는 돈으로 살 수 없으며, 항공사 회장이 직접 발급을 승인한다.

VIP카드는 러시아 권력의 판도를 반영하고 있다고 잡지는 전했다.

지난해에 발급된 VIP카드는 총 168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재직했던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인 연방보안국(FSB) 간부들에게 발급된 카드가 16장으로 단일 직종 가운데 가장 많았다.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FSB 경제단장은 아무 때나 국제선과 국내선 1등석을 탈 수 있는 카드를 받았다.

이번에 새로 드러난 사실은 항공사가 고위 관리의 부인을 상당히 배려하고 있다는 점. 고관 부인에게 발급된 카드는 7장으로 세계 각국에서 활약하는 대사들에게 증정한 것보다 많았다. 대학 총장은 4장, 언론 종사자는 2장을 각각 받아 고관 부인의 위세를 따라가지 못했다. 또 러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겐나디 하자로프, 미하일 즈바네츠키 등 풍자 작가 다수가 VIP카드를 받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TV와 라디오 방송에서 러시아의 현실에 대한 촌철살인의 풍자로 청중에게서 박수를 받고 있다.

한 외국 항공사 종사자는 “러시아 항공사가 고관 부인과 풍자 작가의 입을 실세 권력 못지않게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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