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국 소용돌이 속으로

  • 입력 2007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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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1야당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 대표가 4일 기자회견에서 대표직 사의를 표명하며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 제1야당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 대표가 4일 기자회견에서 대표직 사의를 표명하며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자민과 연정논의 파문… 오자와 민주당 대표 사의

집권 자민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영수 간 연립정권 수립 논의로 일본 정국이 거센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민주당 내부의 반대 여론으로 연정 논의는 공론화 하루 만에 무산됐으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가 4일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자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연립정권 수립을 둘러싼 정치적 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집행부에 진퇴를 일임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5일 오자와 대표의 사의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연정 논의 전말=정가의 소문으로 떠돌던 자민-민주 연정론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와 오자와 대표 간의 영수 회담이 끝난 직후.

후쿠다 총리는 기자들에게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여러 가지 제안을 했다”며 연정 제안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제안을 받은 오자와 대표는 당내 의견을 들어 결정하겠다며 민주당으로 돌아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사장,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대행 등 간부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러나 반대 의견이 절대다수로 나타나자 오자와 대표는 “후쿠다 총리의 연정 제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진실 게임=일본 언론은 연정 논의가 겉으로 드러난 것처럼 2일 여야 대표회담에서 후쿠다 총리가 처음으로 꺼낸 것이 아니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요미우리신문은 4일 복수의 관계자들 말을 인용해 연정 방안은 오자와 대표가 먼저 들고 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오자와 대표는 “여야 대표회담과 연정을 내가 먼저 제안했다는 신문과 TV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이며 명백한 비방 중상”이라고 매스컴을 강력히 비난했다.

오자와 대표는 자신의 사임 의사 표명 이유에 대해서는 “내가 대표가 된 뒤 임명한 간부들이 연정 제의를 반대한 것은 (나에 대한) 불신임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정 논의 배경과 전망=아사히신문이 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자민당 지방조직 간부의 60%가 연정에 찬성했다. 이는 참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협조를 얻지 않고는 정국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중의원을 해산한 뒤 다시 한 번 민의를 묻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문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신이 없기는 오자와 대표도 마찬가지다.

오자와 대표는 사임 의사 표명 기자회견에서 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국민이 민주당의 정권 담당 능력에 의문을 갖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겉으로는 정권 교체를 장담해 왔지만 속마음은 달랐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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