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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9월 19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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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보다는 동지로=그동안 미국은 무서운 속도로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중국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대해 왔다. 수요 급증이 유가 상승을 부추기면서 미국 경제의 부담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기존 300만 t 수준인 석유 비축량을 2010년까지 1200만 t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베네수엘라 같은 반미(反美) 국가는 물론 수단 같은 아프리카 독재국가들과 장기 석유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엔 이란과 에너지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렇다 보니 미국 정가에서는 “중국을 제외한 배타적 에너지 확보 라인을 구축해야 한다”는 강경 발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석유 확보 시도가 미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그동안 생산성이 낮아 서구 국가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지역에서 중국이 수십 억 달러를 들여 진행하는 원유개발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석유 생산량 자체가 커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양국은 에너지 협력관계를 통해 에너지 확보전이 외교 안보분야 충돌로 번지는 것을 막고 실제 경제적으로도 상호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파트너가 될 수 있다”=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발행하는 국제문제 전문지 ‘워싱턴 쿼털리’도 가을호에서 미-중 에너지 협력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리다오중(李道炯) 런민(人民)대 교수는 기고문에서 “알고 보면 미국은 중국과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많은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나라”라며 “정부의 지원과 중국에서의 기술 저작권 보호 시스템만 잘 갖춰지면 더 많은 협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최근 미국 석유기업의 중국 진출이 눈에 띈다.
미국의 셰브론은 지난달 토털SA, 로열더치셸, 스탯오일 등 세계적 석유그룹을 제치고 중국 쓰촨(四川) 성의 천연가스 개발 입찰에 성공했다. 7월에는 텍사스의 석유재벌 분 피킨스 씨가 중국에 천연가스 충전소 체인을 건설하는 투자계획을 밝혔다. 이에 앞서 미국의 모 석유기업은 6월 중국의 소규모 정유회사 15곳의 시설을 1000만 달러에 사들이기도 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미-중 석유·가스산업 포럼’ 등 각종 대화창구가 잇따라 개설돼 가동되고 있다. 양국의 협력관계가 단순히 에너지 공급 차원을 넘어 에너지 효율 제고, 대체에너지 개발 쪽으로 진행되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글로벌 환경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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