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배형규-심성민씨 유족들 “그들도 하늘서 기뻐할 것”

  • 입력 2007년 8월 29일 03시 01분


28일 오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에 피랍돼 41일간 억류돼 있던 한국인 인질 19명이 전원 석방될 것이라는 기쁜 소식에도 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있었다. 온 국민이 오랜 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아프간에서 피살된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씨 두 사람의 유족들은 되살아나는 슬픔을 억눌러야 했다.》

특히 인질들이 석방될 때를 기다려 장례를 미루고 있는 배 목사 유족들의 아쉬움은 더욱 진했다.

배 목사의 형이자 분당 샘물교회 집사인 배신규 씨는 이날 교회 관계자를 통해 “19명이 모두 풀려난다니 정말 기쁘다”면서 “먼저 간 동생 배 목사도 하늘에서 이 소식을 듣고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배 목사의 장례절차가 미뤄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배 씨는 “인질들이 모두 귀국한 뒤 가족들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배 씨는 감사 기도회가 끝난 뒤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다.

배 씨는 동생의 죽음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피랍자가족모임 사무실에 나왔다. 13일 김경자, 김지나 씨가 석방됐을 때도 직접 환영의 뜻을 밝히는 등 다른 가족들과 슬픔과 기쁨을 같이했다.

교회 측은 배 목사의 유족들과 협의해 19명의 피랍자들이 귀국하는 대로 배 목사의 장례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비록 자신이 인솔했던 봉사단원들과 함께 귀국길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마지막 가는 길은 함께하겠다는 배 목사의 뜻은 결국 뒤늦게 이뤄지게 된 셈이다.

심성민 씨의 유족들도 전원 석방 소식에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감추지는 못했다.

경남 고성 자택에 머물고 있는 심 씨의 아버지 심진표(62·경남도의원) 씨는 “가족과 국민이 바라는 대로 모두 살아 돌아오게 돼서 잘됐다”며 “다만 내 자식만 돌아오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허전하다”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또 동생 심효민 씨는 “석방소식을 듣고 어머니가 ‘네 형이 죽은 것이 헛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며 “피랍사태 소식이 나오면서 형 얘기가 언급될 때마다 많이 안타까워 하셨다”고 전했다.

아버지 심진표 씨를 제외한 심 씨의 가족들은 장례식 이후 심 씨의 누나 심현정 씨의 서울 집에서 함께 지내왔다.

심 씨의 절친한 대학 동기이자 함께 샘물교회를 다녔던 한 친구도 “나머지 분들이 모두 풀려나신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내 친구는…”이라며 울먹였다.

한편 차성민 피랍자가족모임 대표는 “(유족들이) 그동안 계속 사무실에 나오셨는데…. 하지만 지금 뭐라 말하는 것이 그분들께 너무 잔인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샘물교회 박은조 담임목사는 이날 “23명의 봉사단원 중 먼저 천국으로 떠난 두 분의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피붙이들이 위태롭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는데도 냉정을 잃지 않고 의연히 대처하며 고생한 피랍자 가족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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