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 희생자 더 나오나

  • 입력 2007년 7월 31일 11시 30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단체에게 납치된 한국인 23명 중 지난 25일 배형규 목사에 이어 31일 심성민 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살해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남은 21명의 운명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당장 31일(이하 한국시간) 두번째 한국인 남성 인질을 살해했다고 주장한 뒤 가진 간접통화에서 "남성인질부터 순차적으로 살해할 것"이라며 "협상이 잘 되지 않으면 남성 인질을 살해하고 그 다음 여성 인질 차례가 될 것"이라고 위협하고 나섰다.

특히 아마디가 "앞으로 인질 살해 주기는 점점 짧아질 것이며 오늘 인질 살해는 이런 순차적 살해의 첫 단계"라고 말해 정부를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아마디 대변인의 발언에서도 느껴지듯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탈레반의 입장은 더욱 강경해지는 분위기다.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인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현지에 머물며 석방 협상의 타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와중에서 탈레반은 자신들이 정한 협상시한인 30일 오후 8시30분을 넘어 4시간여가 지나자 지체없이 추가 살해를 감행했다.

당초 `여성은 해치지 않는다'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여겨졌던 여성 인질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디 대변인은 30일 AP통신과의 통화에서 "이슬람 율법은 `눈에는 눈'을 가르친다"면서 "서방 군대가 아프간 여성을 구금하고 있는 한 탈레반도 똑같이 할 수 있다. 우리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또는 어린이든 억류하고 죽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마디 대변인은 추가 살해를 막기 위해서는 아프간 감옥에 갇혀있는 탈레반 수감자들을 석방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이는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29일 이뤄진 백 특사의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면담에서도 카르자이 대통령은 탈레반 수감자 석방에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더욱이 인질이 추가 살해된 상황에서 아프간 정부가 수감자 석방에 대한 입장을선회했다가는 탈레반에 굴복했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한편 탈레반은 지역 탈레반 회의를 통해 인질의 살해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물라 압둘라 가즈니주 탈레반 사령관의 발언을 인용해 미 CBS방송이 보도했다.

디지털뉴스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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