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구출 의지’ 알고 요구조건 강화

  • 입력 2007년 7월 2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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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23명을 납치한 탈레반 세력의 요구 조건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 이 때문에 그들이 과연 무엇을 노리고 이번 일을 저질렀는지 냉정히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들의 궁극적인 요구가 무엇인지, 요구가 왜 바뀌는지를 알아야 피랍자 석방을 위한 협상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수위 높아지는 요구 조건=탈레반은 납치 이튿날인 20일 피랍자 석방 조건으로 ‘한국군 철군과 피랍자와 같은 수(23명)의 탈레반 동료 수감자 석방’을 요구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다음 날 한국군 철수는 이미 올해 말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 요구는 철회하고 석방을 요구하는 탈레반 수감자의 수를 늘렸다.

24일에는 처음으로 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아프간 정부 대표의 말을 인용해 탈레반이 한국 정부에 피랍자와 전화 통화를 하는 대가로 10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피랍자들의 상태를 알 수 있는 사진을 보는데 추가로 10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탈레반은 23일에는 피랍자와 맞교환을 조건으로 석방을 요구한 탈레반 동료 수감자의 수를 ‘피랍자와 같은 수’에서 ‘피랍자 1인당 수감자 5명’, ‘가즈니 주 내 수감자 전원’ 등으로 바꿨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24일 보도했다.

▽긴장감 높여 성과 최대화 노린 전략=탈레반의 이러한 태도는 긴장감을 조성해 아프간 정부와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한국 정부 대표단이 독일과 달리 인질 석방 협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이를 이용해 최대한 성과를 높일 가능성도 높다.

탈레반은 올해 3월에도 납치한 이탈리아 기자와 탈레반 수감자 5명을 맞교환할 것을 요구해 동료를 석방시키는 데 성공했다. 탈레반은 이를 계기로 외국인 납치를 동료 수감자를 석방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할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마이니치신문은 분석했다.

탈레반이 돈 요구를 한 것은 그동안 외국인 인질 석방 대가로 몸값을 챙긴 적이 있는 데다 아프간 정부군과 다국적군의 압박으로 경제적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소한 상황에 탈레반도 당황’=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4일 요구조건이 자주 바뀌는 등 혼선을 빚는 것은 탈레반이 다수의 인질을 납치한 생소한 상황 때문일 수 있다고 전했다.

한꺼번에 23명을 인질로 잡았고 그중 18명이 여성인 점 등은 여러 차례 납치를 벌였던 그들에게도 ‘낯선’ 상황이다.

인질의 신분이 유엔 등 국제기구 소속이나 군인 등이 아니라 봉사활동을 하러 온 순수 민간인이라는 점도 당혹스럽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프간에 파병된 한국군은 전투 병력이 아니며 한국에 대한 현지인의 인식이 긍정적인 사실도 협상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탈레반이 과격한 무장단체이지만 자신들이 근거지로 삼고 있는 지역의 민심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화통신은 한국인이 피랍된 가즈니 주에서는 주민 1000여 명이 24일 피랍 한인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가두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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