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납치' 계획적일까, 우발적일까

  • 입력 2007년 7월 22일 14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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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이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것은 사전 계획된 것이었을까, 아니면 우발적인 납치였을까.

선뜻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아주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다만 외교부가 최근 한국인 납치계획 정보를 입수, 육로 이동을 금지한 정황에 비춰 한국인을 타깃으로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봉사단은 19일 오후 카불~칸다하르 간 고속도로를 버스를 타고 가다 탈레반 무장 무장대원 수십명에 의해 차가 세워진 뒤 납치를 당했다.

이 지역은 탈레반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어서 현지인들도 운행을 꺼리는 도로로 알려졌다. 외국인들도 카불에서 칸다하르로 이동할 때 위험한 육로 대신 비교적 안전한 항공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탈레반이 버스에 누가 타고 있는지를 모르는 채 우선 세워본 뒤 외국인이 한꺼번에 타고 있는 것을 발견, 바로 납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의 숫자를 계속 잘못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도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한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가 처음에 18명의 한국인 인질을 붙잡고 있다고 했으나 이는 아프간 말을 하는 5명의 한국인을 현지인으로 오인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볼 때 치밀한 사전 계획에 의한 것이 아닐 개연성이 한층 높아진다.

아프간 경찰도 봉사단을 태운 차량이 이곳을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탈레반 무장세력도 이동 정보를 사전 포착했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그러나 탈레반이 어떤 식으로든 한국인을 겨냥하고 있었다는 정황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2월 외교부가 '탈레반이 한국인을 납치할 계획'이라는 첩보를 입수해 주 아프간 대사관 및 주 파키스탄 대사관을 통해 현지 NGO 관계자와 선교사들의 육로 이동을 별도 통보 시까지 금지해 줄 것을 요청할 정도로 한국인에 대한 테러 위협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해 여름 기독교 계열 비정부단체인 아시아협력기구(IACD)가 카불에서 한국인 수천 명이 참여하는 '아프간 평화축제'를 기획하면서 현지에서 일부 반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납치는 이 같은 분위기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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