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테러?” 맨해튼 “꽝”… 뉴욕이 떨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7월 20일 02시 59분



귀청이 찢어져 나갈 만큼 강렬한 폭발음, 높은 빌딩을 휘감은 연기, 피를 흘리면서 폭발 현장을 빠져나가는 뉴요커….

18일 오후 5시 55분(한국 시간 19일 오전 6시 55분)경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서는 6년 전 발생한 9·11테러를 떠올리게 하는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로 현장에 있던 시민 1명이 사망했으며, 30여 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뉴욕 시는 발표했다. 부상자 중 2명은 중태다.

폭발 장소는 그랜드센트럴 역 바로 옆인 41번가와 렉싱턴 애버뉴 사이였다. 지하에 매설된 증기파이프가 폭발하면서 진흙더미가 섞인 거대한 연기와 증기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근처 77층 높이의 크라이슬러빌딩도 연기에 휩싸였다.

근처 건물은 심하게 흔들렸고 폭발 현장에 있던 미니버스는 폭발 충격으로 차체가 공중으로 솟구쳤다가 떨어지기도 했다.

그랜드센트럴 역과 근처 빌딩에 있던 시민들이 황급히 대피하느라 큰 소동이 벌어졌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빠져나오면서 부상자도 속출했다. 폭발 사고 발생 초기에 일부 방송사는 “건물이 붕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으나 실제로 건물이 붕괴한 사례는 없었다.

특히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점이 퇴근길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그랜드센트럴 역과 뉴욕의 상징인 크라이슬러빌딩 근처여서 많은 시민이 ‘뉴욕을 상대로 또다시 테러가 발생했나’라는 불안에 떨었다.

임신 9개월째의 몸으로 사고 당시 근처 빌딩에 있다가 대피한 유리다이스 켈리(32·여·변호사) 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9·11테러 당시에도 (테러로 붕괴한) 쌍둥이빌딩에 있었는데, 또다시 테러가 발생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서 측은 초기 조사를 벌인 끝에 “테러 행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테러와의 연관성은 없으며, 순전히 뉴욕 시 인프라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 사고”라며 시민들을 안심시켰다.

오전에 내린 차가운 비가 지하로 스며들면서 낡은 증기파이프가 갑작스러운 압력의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파열된 것이라고 뉴욕 시 당국은 밝혔다. 맨해튼에는 건물 냉난방에 따른 증기 배출을 위해 지하 곳곳에 증기파이프가 설치돼 있다.

이날 사고 발생 후 몇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폭발사고로 구멍이 뚫린 도로 한가운데에서는 거대한 증기 기둥이 솟구쳐 나와 인근 빌딩 주변을 하얗게 뒤덮었다.

뉴욕 시는 사고 직후 석면 노출을 우려해 시민들에게 옷과 몸을 깨끗이 씻을 것을 당부했으나 공기의 오염 정도를 조사한 결과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고가 발생하자 경찰은 40번가에서 45번가, 렉싱턴 애버뉴와 3번 애버뉴 사이에서 시민들의 통행을 막았다. 이에 따라 퇴근길 맨해튼은 극심한 정체 현상을 나타냈다. 사고를 면한 시민들이 가족에게 한꺼번에 안부전화를 걸면서 휴대전화 불통 사태도 이어졌다.

사고 현장 상공에는 헬기 10여 대가 밤늦게까지 선회비행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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