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하종대]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 입력 2007년 7월 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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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중국의 지식인이나 공산당 간부를 만나면 자주 듣는 말이다. 특히 중국의 지도자들은 연설할 때마다 이를 애용한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지난달 25일 전국의 고위 간부를 모아놓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의 위대한 길은 결코 움직일 수 없는 것”이라고 천명했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란 뭘까. 이 단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덩샤오핑(鄧小平)이다. 그는 1982년 열린 중국 공산당 제12차 전국대표대회 개막 연설에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건설하자”고 제창했다. 중국 공산당이 1978년 열린 ‘제11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3중 전회)’에서 천지개벽과 같은 개혁 개방을 선언한 지 4년 만의 일이었다.

덩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의 골자로 8가지를 꼽았다. 먼저 마르크스주의와 레닌주의 기치 아래 공산당이 영도하는 인민민주독재의 견지다. 이는 마오쩌둥(毛澤東)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생산력의 발전 및 해방과 모두가 잘사는 사회의 실현, 개혁 개방을 새롭게 제창했다. 민주사회 및 법치제도의 건설, 정신과 물질의 공동 발전, 애국주의, 세계평화 추구와 패권주의 반대도 포함됐다.

장쩌민(江澤民)은 여기에 ‘3개 대표론’을 추가했다. ‘3개 대표론’이란 중국 공산당이 선진생산력(민간기업인)과 선진문화(지식인), 광대한 인민(노동자, 농민)의 근본이익을 대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산당이 민간기업인까지 대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후 주석도 한 자리를 요구했다. 그는 25일 열린 당교 특강에서 “덩샤오핑 이론과 3개 대표론을 지도사상으로 ‘과학 발전관’을 철저히 관철해야 한다”며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에 자신의 이론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이들 사이엔 상충되는 내용이 적지 않다. 1개 중심(경제발전)과 2개 기본점(개혁 개방 및 4항 기본원칙)으로 대표되는 덩샤오핑 이론과 3개 대표론 사이엔 모순이 존재한다. 덩샤오핑은 4항 기본원칙으로 마르크스-레닌-마오쩌둥 사상과 사회주의 노선, 인민민주독재, 공산당 영도 원칙을 제시하고 이를 견지하라고 했지만 장 전 주석은 자본가를 공산당에 끌어들여 인민민주독재를 폐기했다.

후 주석의 ‘과학 발전관’은 장 전 주석 시대의 ‘성장 위주 노선’을 사실상 뒤집은 것이다. 후 주석은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면서 “첫 번째 요지는 발전이지만 핵심은 ‘이인위본(以人爲本·민본주의)’이고 기본 요구는 전면적인 조화와 지속성이며 근본 방법은 다방면을 통일적으로 돌보며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특징지었다. 강조점이 성장보다 균형에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지식인 중에도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

일부 학자는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바꾼 뒤 사회주의라고 말하는 것은 모순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한다. 서민들도 중국이 과연 사회주의 사회가 맞는지 헷갈려한다. 일각에서는 중국 공산당이 “좌측 깜빡이를 켠 채 우측으로 돌고 있다”고 꼬집는다.

하지만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관통하는 불변의 원칙이 하나 있다. 바로 ‘공산당 영도’ 원칙이다. 어느 경우라도 공산당이 정권을 내놓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혁 개방 이후 생산력 발전을 중시해 온 중국 공산당이 ‘두려워하는 것은 빈곤이 아니라 혼란(不파窮, 就파亂)’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들을 때마다 1970년대 한국의 독재자가 집권 연장을 위해 외쳤던 ‘한국적 민주주의’가 연상되는 건 왜일까.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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