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백악관 출입기자 ‘부시와 역대 리더 비교’ 화제

  • 입력 2007년 7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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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구한 처칠 흉내냈지만 정반대 체임벌린과 닮아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0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철학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거침없이 “예수 그리스도”라고 답했다. 대통령이 된 뒤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해리 트루먼 및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흠모하면서 자신의 역할모델로 삼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선 부시 대통령이 그가 닮으려 한 인물들과는 대척점에 있는 지도자와 오히려 닮은꼴이 되어 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럽을 구원한 처칠=부시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에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과 함께 자신이 태어난 1946년에 제작된 처칠의 흉상이 놓여 있다.

초년 정치가 시절에 나치 독일의 부상을 예상하고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던 처칠은 부시 행정부 시절 전성기를 구가했던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에겐 우상 같은 존재다. 폴 울포위츠 전 국방부 부장관이 매년 11월 30일 처칠 생일에 동료들과 파티를 벌여 온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러나 일간 볼티모어 선의 백악관 출입기자를 지낸 역사 저술가인 린 올슨은 1일자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부시 대통령이 자기 흉내를 내려고 한다는 말만 들어도 처칠은 어안이 벙벙해질 것”이라며 “그는 오히려 처칠에게 총리직을 넘겨준 네빌 체임벌린과 닮은꼴”이라고 주장했다. 자신만이 적을 무찌를 수 있다며 주변국을 포용하는 노력을 게을리 했고, 자신의 직에 유례없이 막강한 권한을 스스로 부여하고 의회를 무시한 것이 비슷하다는 것.

▽냉전의 밑그림을 그린 트루먼=부시 대통령은 9·11테러 이후의 세계질서를 ‘탈냉전 후 테러와의 전쟁 시기’로 판단하고, 50년을 내다본 밑그림을 그리려고 시도했다. 마치 트루먼이 조지 캐넌, 딘 애치슨이라는 전략가와 함께 미소냉전 시대의 전략을 그린 것을 염두에 둔 듯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시작한 이라크전쟁은 유럽 부흥을 위한 마셜 플랜, 유럽 방위를 위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창설, 원자폭탄 투하를 통한 제2차 세계대전 종식과 같은 트루먼의 성공 사례와는 이미 너무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작은 정부를 실천한 레이건=부시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레이건 정책의 재활용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소득 최상위층의 자본수익을 면세해 줌으로써 고소득층의 소비 증대 및 추가 투자를 자극했고, ‘하방 전달(trickle down) 효과’를 통해 연평균 3%대 경제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이라크전쟁으로 전비 투입이 늘어나면서 ‘작은 정부’ 구현은 실패했다는 게 중론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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