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야수떼” 작심한 블레어

  • 입력 2007년 6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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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물러나는 토니 블레어(사진) 영국 총리가 언론을 겨냥해 “떼거리 야수 같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블레어 총리는 12일 런던 로이터통신 본사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연설하던 도중 “언론은 낙종의 불안감 때문에 떼거리로 사냥감을 찾는다. 잔인한 야수처럼 사람들과 그들의 평판을 갈가리 찢어놓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자신이 재임하는 동안 정부와 언론의 관계가 악화된 점을 지적하며 “이는 올바른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정부의 역량을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블레어 총리는 특히 “많은 언론이 사실 보도와 의견을 구분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언론이 인디펜던트다”라며 특정 언론을 지목했다. 그는 “인디펜던트는 신문(newspaper)이 아니라 의견을 앞세우는 의견지(viewspaper)”라고 비난했다.

공격을 받은 인디펜던트는 13일자 신문의 5개 면을 털어 총리의 발언 내용과 이에 대한 반박문을 게재했다.

사이먼 켈너 편집장은 ‘블레어 씨, 우리가 이라크전쟁을 지지했어도 이렇게 말했겠느냐’는 제목의 1면 칼럼에서 “총리가 집권하는 동안 정부가 정보를 조작하고 틀린 정보를 내놓으며 비판적인 뉴스를 감추려는 태도를 지켜보면서 과거 어느 때보다도 정부의 공식 발표에 대해 해석하고 논평할 필요를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전쟁에 관한 우리 논조를 싫어하기 때문에 우리를 공격하는 것이다. 우리는 총리와 정부에 대한 감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편집장협회의 밥 새치웰 회장은 “모든 신문이 보도뿐만 아니라 논평도 한다”며 “인디펜던트가 (발행부수가 적음에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도 신문이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런던에 사는 압둘 하크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블레어 총리는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언론을 싸잡아 야수 같다고 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언론의 자유를 탄압한다고 비판한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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