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주년, 말년이 우울한 토니 블레어

  • 입력 2007년 4월 30일 18시 32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영국 정치사에서 각종 기록을 갈아 치운 정치인이다.

최연소 노동당 당수, 최연소 총리, 노동당 역사상 최초로 3기 연속 집권을 이끈 리더…. 2000년에는 넷째 아이를 낳아 영국 역사상 최초로 '재임 기간 중 아이를 낳은 총리'라는 이색 기록까지 세웠다.

2일은 그가 총리 직에 오른지 만 10년이 되는 날. 노동당은 1997년 5월 2일 총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보수당의 18년 통치를 종식시켰다. 블레어 총리의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 덕분이었다.

총리 재임 10주년 기념 파티가 요란하게 준비될 만도 하지만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의 총리 관저에는 찬 바람이 분다. 이라크 전쟁 참전 이후 몇 년간 지속적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데다 후원금을 대가로 상원의원직을 분배한 의혹 때문에 블레어 총리가 직접 경찰 조사까지 받고 있는 말년의 분위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블레어 총리는 10일 경 사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2010년까지 총리직을 수행하겠다고 욕심을 부려봤지만 노동당 안팎의 사퇴 압력에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는 것이다. 영국 언론들은 그가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에게 총리를 물려주고 6월초 다우닝가를 떠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FP는 지난달 29일 "블레어 총리는 10년 동안 경제 부흥, 내분 종식과 같은 업적을 이뤘지만 이라크 전쟁 참전과 부패 혐의는 그의 업적을 가렸다"고 평가했다.

그의 업적은 적들도 대개 인정한다. 그는 각종 규제 철폐로 경제 붐을 이끌었다. 런던의 금융업은 미국 뉴욕에 넘겨줬던 헤게모니를 되찾아왔다고 평가될 정도로 호황을 이룬다. 국내 정치에선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에 상당한 자치권을 주고 북아일랜드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최근의 부패 혐의로 그의 업적은 빛이 바랬다. '중도 좌파'인 노동당을 이끌면서 우파 성향의 공화당 출신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고 이라크 전쟁에까지 동참한 외교 정책은 더욱 지탄을 받는다.

노동당의 지지율도 동반 하락하고 있는 상황.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최근 조사에서 노동당의 지지율은 보수당에 5%포인트 가량 뒤졌다. 같은 조사에서 브라운 장관에 대한 지지율은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수에 비해 10%포인트 낮았다.

3일 치러지는 지방 선거에서도 노동당은 보수당에 크게 뒤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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